[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최근 5년 반 동안 이직한 국적 항공사 조종사 500여 명 가운데 80%가량이 중국 항공사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원대 연봉과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앞세운 '차이나 머니' 공습이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를 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조종사 외국 항공사 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8개 국적 항공사에서 조종사 460명이 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기준 국적 항공사 조종사 수가 6316명인 점을 고려하면 7% 정도의 조종사 인력손실이 생긴 셈이다. 이 기간 항공사별 이직자 수는 대한항공이 17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시아나항공(86명), 에어부산(52명), 진에어(48명), 제주항공(44명), 이스타항공(40명), 티웨이항공(14명), 에어서울(4명) 순이다.
이직 조종사들은 대부분 중국 항공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5년 7개월 동안 전체 조종사 이직자 가운데 최소 367명(약 80%)이 중국 항공사에 새로 취업한 것이다. 대한항공 이직자 중 150명 이상이 중국 항공사에 취업했다. 나머지 기존 회사를 떠난 조종사들 역시 대부분이 중국행을 택했다.
중국 항공사로의 이직은 항공산업의 호황기로 꼽히는 2016년(90명)과 2017년(128명)에 집중됐다. 당시 중국 항공사들은 2억∼3억원대 연봉과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시하며 한국인 조종사 모시기 경쟁을 벌였다. 중국이 '조종사 블랙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안호영 의원은 "조종사들이 부족하면 빡빡한 일정에 쫓겨 항공기를 운항할 수밖에 없고, 자칫 항공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조종사 부족은 항공사들의 신규노선 개척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작년부터 중국 항공사를 비롯한 외항사로의 조종사 이직이 눈에 띄게 줄었고, 국적 항공사의 조종사 수가 매년 늘어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