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듯 친환경배송 강조 무색
"손바닥크기 제품에 큰종이박스
포장 부피 줄이기에도 신경을"
"손바닥크기 제품에 큰종이박스
포장 부피 줄이기에도 신경을"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A씨는 매주 분리수거 날마다 집과 분리수거장을 몇 번씩 오간다. 집에 산처럼 쌓여 있는 택배 상자 때문이다. 매주 분리수거를 함에도 주말이면 다용도실 한 켠은 종이 상자가 가득하다. 주문 한 번에 라면 박스만한 택배 상자가 2~3개씩 오니 재활용 쓰레기가 사라질 날이 없다. 산처럼 쌓인 분리수거장의 택배 상자들을 바라보면 겉면에 새겨진 '친환경' 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고 느낀다.
온라인 유통업계가 앞다퉈 스티로폼·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배송'을 강화하고 있지만 과대포장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눈을 감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제공되는 종이박스 역시 줄여야 할 '포장 쓰레기'라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와 홈쇼핑사들은 올해 들어 스티로폼 박스를 종이 상자로 바꾸고 아이스팩 역시 젤 대신 물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배송'을 강조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최근 '올 페이퍼 챌린지' 프로젝트를 통해 배송에 이용하는 모든 물품을 종이로 바꾸겠다고 밝혔고 CJ ENM 오쇼핑과 롯데홈쇼핑은 환경부와 MOU를 맺고 포장재 감량에 나섰다. 쿠팡 역시 지난 봄 신선식품 배송에서 스티로폼 박스를 퇴출시켰다. 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이 일제히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온라인 쇼핑몰들의 '친환경 배송'이 지나치게 '플라스틱 퇴출'에만 집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작은 상품 2~3개를 주문해도 커다란 박스에 각각 담겨 오는 등 '과대포장'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SNS에서는 "종이로 교체하는 것이 친환경이 아니라 그 종이가 문제", "손바닥만한 제품을 주문했는데 라면 박스만한 상자에 담겨 온다" "부피 줄이기도 신경써 주세요" 등 온라인 쇼핑몰들의 과대포장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업계에서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 보편화되면서 '배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과대포장 문제를 눈감고 있는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보다 빠른 물류 처리 프로세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주문 물량의 부피에 적합한 박스를 다양하게 갖추기보다는 큰 박스로 규격을 통일해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쿠팡과 CJ 오쇼핑 등 주요 이커머스·홈쇼핑 업체들은 최근 들어 배송재 뿐만 아니라 배송 부피 줄이기에도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CJ 오쇼핑은 90여 종의 상자를 제품 사이즈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 기저귀나 생수, 휴지 등의 제품에는 제품 겉면에 바로 송장을 붙여 배송한다거나 아니면 제품을 얇은 비닐백으로 감싸 포장 부피를 최소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배송 부피를 줄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로켓배송에 사용되는 상자 포장을 60% 줄였다"며 "이를 통해 트럭 2대에 실어야 할 상품을 1대에 싣는 등 물류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