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임대주택을 수백채 소유한 집주인이 주택 보증 사고를 한 번 이상 내고도, 보증보험을 제대로 들지 않은 채 그대로 임대사업을 강행해 수천명이 전세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상위 임대사업자 현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출한 '전세보증금 반환사고 중복 임대인 현황'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2건 이상 사고를 낸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 3327가구 가운데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가구는 2892가구로 HUG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피해액이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세보증보험 가입률은 임대사업자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서울 양천구의 이모씨가 등록한 임대주택은 490가구 가운데 40%인 198가구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됐지만, 경남 창원 성산구의 강모씨와 광주 서구 신모씨가 등록한 임대주택은 보증보험 가입률이 각각 3%, 4%에 그쳤다.
정동영 대표는 "임대주택을 200채, 300채, 500채씩 보유한 임대사업자 가운데 보증보험 가입률이 낮은 임대사업자들이 연쇄적으로 보증금을 떼먹는 사고를 일으킬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만 부추기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지 않으면 세입자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동영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 사례를 들며 당시 노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직후 부도임대주택에서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들이 속출하자, 보증금도 보장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해 건설교통부(현 국토부)가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화 내용을 담은 방안이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도 말로만 민생을 말할 게 아니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대표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40∼50%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해 개별단독주택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현행 150%에서 200%로 상향하고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HUG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세보증보험 관련 업무 매뉴얼과 안내자료 개선, 담당 인력 충원, 지역별 설명회·간담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임대주택을 수백채 보유한 임대사업자 중 보증보험 가입률이 낮은 임대사업자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공인중개업소 전경.<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