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2022년까지 전체 계열사 주요 IT시스템의 80%를 클라우드로 옮긴다. AWS·MS·구글 등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계열사 IT 자원과 데이터를 운용함으로써 계열사 간 데이터 통합, 산업 경계를 넘는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전환작업은 올해말 일부 계열사부터 시작한다.
14일 SK㈜ C&C와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022년까지 계열사의 주요 시스템 중 약 80%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연초 그룹 클라우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전체 계열사 IT시스템 보유현황 분석과 클라우드 전환전략 수립을 해 왔다. 외부 컨설팅사를 통한 컨설팅도 진행했다. 이어 SK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회를 통해 '2022년까지 시스템 80% 클라우드 전환'을 결정했다. 연내 일부 계열사가 공개입찰 방식으로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 각 계열사가 자체 전략과 로드맵에 따라 본격적 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클라우드 전환을 잇따라 추진하는 가운데 SK그룹도 변화를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8월 열린 이천포럼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면서 혁신기술을 활용해 '딥 체인지'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 디지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룹 특성상 클라우드 전환은 각사가 방식과 속도를 조절해가며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IT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클라우드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SK㈜ C&C가 전환작업을 실질적으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SK㈜ C&C는 IBM에 집중됐던 클라우드 관련 협력을 AWS·MS·구글 등으로 다각화한다. 첫 시도로 MS 애저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기업(MSP) 국내 1위인 클루커스의 지분 18.84%를 확보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번 지분 인수는 자사 '클라우드 제트' 서비스와 AWS·MS 애저·구글 클라우드 등을 연계한 멀티 클라우드 사업 확장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 협력에 이어 국내외 클라우드 기업들과 다각적인 협업체계를 구축, 그룹의 클라우드 전환을 밀착 지원하는 동시에 대외 사업기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SK㈜ C&C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의 수요에 맞춰 AWS·MS 애저·IBM·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한 사별 멀티 클라우드 시스템과 운용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각 사업조직이 필요에 따라 클라우드를 검토했다면 이제 계열사 차원에서 클라우드 전환을 통한 디지털 혁신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의 클라우드 청사진은 가능한 모든 시스템을 퍼블릭으로 간다는 점에서 LG그룹과 유사하다. 클라우드를 IT 기본 인프라로 활용하되, 특정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은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갖추고, 일부 불가피한 시스템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퍼블릭 클라우드에 계열사 시스템이 옮겨가면 각 사업조직, 계열사별 데이터 장벽을 허문 신사업이 현실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SK㈜ C&C는 이를 위해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애플리케이션 별 마이크로 서비스 개발·통합 △AI·빅데이터 분석시스템 개발 등에 나설 계획이다. 또 퍼블릭과 자사 프라이빗 클라우드 간 통합 운영 플랫폼 구현에 나선다. 클루커스 외 다양한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와 제휴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산업별 대형 시스템을 중심으로 멀티 클라우드 시스템·서비스 체계를 완성한는 전략이다. 자체 클라우드 교육센터를 통해 AWS, 구글, MS 클라우드 인력을 개발해온 데 이어 전사 조직과 인력의 클라우드화에도 속도를 낸다.
이응상 SK㈜ C&C 전략기획센터장은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그룹 클라우드 전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다양한 시스템에 최적화된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해 고객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완 클루커스 대표는 "클라우드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높은 SK(주) C&C와의 협력이 성사돼 기쁘다"며 "기술력 고도화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SK그룹이 2022년까지 주요 IT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사진은 SK(주) C&C 판교 클라우드센터 전경. SK(주) C&C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