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효과 입증된 방사청 `신개념 R&D`

이성남 예비역 공군대령 前 방위사업청 획득기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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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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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효과 입증된 방사청 `신개념 R&D`
이성남 예비역 공군대령 前 방위사업청 획득기반과장
최근 국방부 군수체계 통합사업 수주업체가 "과업 추가·변경 문제로 국방부에 200억원 상당의 소송 제기 중"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여기에는 과업 추가·변경 비용과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국방부는 추가·변경이 아니므로 업체 비용으로 해결하라고 하고, 업체는 추가·변경이므로 추가 비용 지급과 이로 인한 납기지연 지체상금 면제를 요구하는 것 같다. R&D 사업에서 실패란 비용 초과, 납기 지연, 품질 불만족 가운데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로,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사업에 임하면 시작하기 전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선 발주자가 요구사항(과업)을 개략적으로 작성하여 제안요청서(RFP)를 공고하고 사업착수 후 구체화하겠다는 경우나, 사업기간 중 언제든 요구사항을 추가·변경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또한 수주자가 요구사항이 불명확한 사업을 수주하였거나, 아무 때나 추가·변경사항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이를 보면 실패의 원인이 대부분 요구사항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살펴본다. 첫째, 과거 유사 사업이 있었다면 몰라도 신규 R&D나 복잡한 사업은 사업담당자 1~2명이 요구사항을 상세하게 작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요구사항을 상세하게 안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못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RFP에 요구사항이 개략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둘째, 사업 착수 이후 요구 사항을 추가·변경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들어간 추가 비용과 기간 연장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부사업은 추가·변경에 따른 책임 문제와 추가예산 확보가 곤란하기 때문에 추가·변경사항이 기존 요구사항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RFP에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작성되어 있지 않았을 경우 자주 발생한다.

셋째, R&D 사업은 계약 후, 요구분석-기본설계-상세설계-제품제작-성능평가-완제품 인도 절차를 거친다. 이 중에서 중요한 것이 상세설계검토(CDR)이다. CDR은 본격적인 제품 제작을 하기 전에 업체가 작성한 상세설계 내용에 발주자 요구사항이 잘 반영되었는지 최종 검토하는 단계다. 사업이 착수되면 상세 설계를 위해 반드시 요구사항 구체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발주자가 책임이 우려되거나 전문적 지식이 부족할 땐 답을 주지 않는다.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넷째, 만일 추가·변경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CDR 이전에 처리해야 하는데 아무 때나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CDR 이후 요구하게 되면 비용 초과, 납기 지연, 품질 문제가 발생하게된다.

이같은 4가지 문제점을 종합하면 어차피 사업 착수 후 해야할 요구사항 구체화를 사업착수 전에 해 놓으면 분쟁을 줄이고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2013년 방위사업청은 사업담당자 1~2명이 요구사항을 상세하게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본 사업착수 전년도에 비용을 들여 전문기관에 의뢰(RFP for RFP)하여 군 요구사항(ROC)을 구체화한 다음에 이것을 본 사업 RFP에 첨부토록 제도화했다. 이로 인해 종전엔 몇 장에 불과했던 RFP 요구사항이 수십 장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방사청은 명확한 요구사항을 제시하여 개발기간 중 잦은 추가·변경에 따른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를 방지하고,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개발업체는 RFP에 상세히 명시된 개발범위와 비용, 일정 등을 검토한 후 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결국 분쟁은 줄고 모두 윈윈하게 된 것이다.

모든 사업에 이 제도를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리스크가 크거나, 일정 규모의 비용과 개발 기간이 요구되는 사업은 반드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 제도를 추진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예산집행을 관리하는 기재부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기재부는 사업착수 이전에 관련 예산을 요구사항 구체화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차피 사업착수 후 요구사항 구체화에 들어갈 비용을 사전에 집행하는 것이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설득을 통해 방사청 R&D 사업에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R&D 실패 후 성실 여부를 가려 면책해 주는 '성실수행 인정제도' 보다는 실패요인을 사전에 제거해 주는 이 방식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우리나라가 살 길은 다양한 분야에서 R&D 능력을 강화하여 선진국 의존을 탈피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하려면 오랜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 방사청이 적용하는 신개념 R&D 제도를 정부기관 모든 R&D 사업에도 적용하여 부담없이 연구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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