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계산법` 꺼냈지만 北 눈높이 충족 못한 듯

잠정 핵동결 포함 협상안 제시
'안전·발전 보장' 北과 의견차
'스몰 딜' 없이 무산 위기 처해
ICBM 등 對北전략 셈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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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새 계산법` 꺼냈지만 北 눈높이 충족 못한 듯
[연합뉴스]

美·北실무협상 끝내 빈손

5일(현지시간)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로 끝나면서 미국이 스톡홀름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카드를 내놨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며 결렬 책임을 미국 측에 돌렸지만, 미국 측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고 좋은 논의가 이뤄졌다며 정면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북한이 체제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로 대변되는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데 대해 미국이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미국이 내놓을 협상안과 관련, '영변+α'를 대가로 섬유·석탄 수출 제재를 3년간 유예하는 방안, 단계적 접근의 일환으로 '잠정 핵동결'을 하는 방안 등에 대한 미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무부가 이날 언급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일련의 아이디어를 갖고 왔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발언과 연결된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체제보장 패키지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엮는 조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 대표단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 핵심사안 각각에 대한 많은 새로운 계획을 소개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실행조치 수준별로 여러 가지 대응안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 측은 최근 전향적 체제보장 메시지를 잇달아 발신해 왔다.

그러나 '새 방법', '새 신호', '창의적 아이디어들'로 대변돼온 미국의 해법이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띠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미국이 검토하는 상응 조치들은 '안전과 발전을 위협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의 완전무결한 제거'를 요구한 북한의 새 계산법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포괄적 합의 먼저'라는 원칙과 북한의 '행동 대 행동'에 기초한 '단계적 접근' 원칙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 측은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인사는 "미국은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 핵 동결을 해야 한다는 '큰 틀'에 입장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이 언급한 유연성도 '최종상태'와 핵 동결 부분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지면 최종상태로 나아가는 로드맵과 관련, 탄력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노딜'에는 이번 실무협상의 성격을 바라보는 미북 양측의 인식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여전히 미·북 정상 간 직접 담판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하노이 노딜'의 재연을 막기 위해 실무협상을 통해 성과가 담보돼야 3차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구체적 성과를 기대했다기보다는 3차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의 첫 단추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입장을 한번 들어보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협의 일정 등에 합의하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톡홀름 노딜'로 인해 비핵화 협상이 다시 탈선 위기에 처하면서 이번 실무협상 재개를 모멘텀으로 연내 3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까지 내다보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드라이브에도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선 국면에서 대북 외교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고자 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셈법이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가뜩이나 민주당의 탄핵 추진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의미를 축소해온 데 이어 한국시간으로 지난 2일 이뤄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해서도 "지켜보자"며 직접적 대응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꼽아온 '핵실험·ICBM 시험 발사 중단 약속'을 북한이 깰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 조야에서도 강경론이 더욱 힘을 얻는 등 대북 궤도수정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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