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조국式 검찰개혁은 권력장악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0202102369660001[1].jpg "[최원목 칼럼] 조국式 검찰개혁은 권력장악이다")
1960~80년대 초반까지의 군사독재는 경제개발의 성과나마 낳았다. 수출 실적은 물론 경제성장률이 두 자리 숫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1980~2000년대의 민주화시대는 경제성장에 걸 맞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현 정부의 업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반일정서 확산으로 역사의식을 고취시켰다고나 할까. 그것도 무역보복을 초래하고 쌓아놓은 외교자산을 무너뜨리면서 말이다.
주변 강대국에 실리를 내어주면서까지 과감한 대(對)북한 포용외교로 전환했지만, 북한은 핵무장을 완성하고 미사일을 다시 쏘고 있다. 이제 법원 적폐 청산에 이어 검찰개혁 과제를 외쳐대며 상식과 공정가치에 반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80년대 군부독재 정권은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북한군이 밀고 내려올 빌미를 주니 민주화 잡기 전에 안보부터 잡으라"고 소리쳤다. 지금은 "검찰개혁이 더 중요하니,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유일한 적임자인 조국 법무장관 임명은 합리화 된다"고 소리친다.
30년 전 독재적 정치행태가 되살아나는 듯하다.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이 대권을 안겨준 이유는 박근혜식 독재행태를 청산하라는 명령이었다. 상식에 반해 자기 수족들을 감싸는 행태, 재벌기업들을 겁박하는 행태, 언론을 통제하는 행태, 정유라 권력형 입시비리 행태 청산은 기본이다. 세월호 학생들은 권력비리로 유명을 달리한 게 아니다. 배 선적기준 안지키고, 그걸 검사하게 되어있는 사람이 무시하고, 선장은 불공정하고 불법적으로 먼저 도피해버린 몰상식의 합작품이 초래한 비극이다. 상식과 공정이 지배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적폐청산의 목표인 것이다.
검찰개혁을 위해 다른 대체인물을 찾을 수 없기에 조국 장관을 해임시킬 수 없다는 말은 대한민국 법조인과 법학교수 전체를 모욕하는 말이다. 더구나 이미 신임 검찰총장이 칼을 고쳐 잡아 정치검찰의 오명을 단번에 개혁해내고 있는 걸 전 국민이 보고 있지 않은가. 일선 검사들이 생각하는 것과 요구하는 걸 이제야 파악하기 위해 일일이 만나러 돌아다니는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의 최적임자인가.
장관자리가 아니더라도 개혁 자문위원 등으로 얼마든지 참여해 개혁 아이디어를 계속 제공할 수도 있다. 왜 굳이 편협한 이념을 지니고, 불공정하고 표리부동한 삶을 살아온 것이 입증된 사람을 정의와 공정의 수호자인 법무장관 직에 끝까지 앉혀 국가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몰아넣는가. 검찰이 똘똘 뭉쳐 법무장관을 신속히 수사하는 이유는 개혁이 두려워서가 아니고, 개혁을 핑계로 한 이념적·보복적 물갈이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 식의 이념적·사이비 개혁은 차기 정권하에서 또다시 적폐청산의 악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조국식 검찰개혁은 겉으로는 검찰의 비정치화와 독립성을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법무장관의 검사 인사권과 감찰권을 강화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을 대폭 축소하며,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별도기관인 공수처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것은 개혁의 실제목표를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통제를 강화하고, 검찰의 위계를 무너뜨려 특정 정파가 지배하는 파괴적 변화를 유도하는데 두고 있다는 말이다. 즉, 검찰권력을 법무부가 통제하고 청와대가 관할하는 중국식 공안통치 체제를 개혁이라 부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대통령이 약속한 "검찰 일은 검찰이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하면 된다"는 말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괴물을 잡겠다고 나서며 스스로가 더 큰 괴물이 되고 있는 집권세력으로부터 상식과 공정가치를 지키고 우리 사회가 위선과 거짓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교수, 의사, 학생들까지 정치투쟁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는 검찰 개혁을 권력 장악의 채널로 삼아 이념 정치 실현의 도구로 활용하려 하면서, 겉으로는 공정과 정치적 중립을 외쳐대는 이율배반적 권력으로부터 검찰권력을 독립시켜 헌법과 국가체제가 흔들리지 않게 견제하는게 진정한 검찰개혁의 요체가 아닌가. 검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국식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권력 장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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