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우인호 칼럼] 조국 사태, 누가 `악마의 변호인`이냐](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0202102269045001[1].jpg "[우인호 칼럼] 조국 사태, 누가 `악마의 변호인`이냐")
'데블스 에드버킷'(The Devil's Advocate), 직역하면 '악마의 변호인'쯤 된다. 1997년 작 미국 영화 제목이다. '매트릭스'로 유명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 작품이다.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는 재판에서 단 한 번도 진 적 없는 유능한 변호사다.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선생에 대해 주인공은 스스로 유죄라고 확신한다. 파렴치한 피의자에 대한 변론을 포기하느냐, 연전연승 기록을 위해 변호를 하느냐 고민이다. 결국 세속적 명성과 욕망을 택한다. 뻔뻔한 피의자를 위해 여학생을 몰아 붙인다. 모든 상황을 뒤집고 피의자를 무죄로 만든다. 이를 토대로 주인공은 뉴욕의 큰 법률회사로 스카우트 돼 부(富)를 만끽한다. 그러면서 겪는 내적 외적 갈등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가 갑자기 생각난 것은 요즘 몸을 던져 조국 법무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몇몇 사람들을 보면서다. 한 때 정치 개혁에 몸을 던졌던 한 유명 작가는 지난 8월말 서울대 촛불집회 직후부터 변론을 쏟아낸다. "촛불집회 뒤에 한국당이 어른거린다. 왜 마스크 쓰고 집회하냐"며 조롱한다. "온갖 억측과 짐작, 추측, 희망 사항을 결합해 절대 부적격, 위선자, 이중인격자, 피의자라고 하는 것은 다 헛소리"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금까지 최고의 '변론'은 검찰의 압수수색 전에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대학과 집의 컴퓨터를 반출한 것에 대해 "증거 인멸이 아니라 검찰이 장난 칠 경우를 대비해 증거를 지키기 위해 한 것"이라는 말이다. 유명 작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궤변이다.
386 후일담 문학으로 문단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여류 작가의 말은 맹목적으로 느껴질 만큼 조 장관을 옹호하고 그를 공격하는 측에겐 거세게 역공을 가한다. 그는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 문프(문재인 대통령을 지칭)를 지지했으니까"라며 "문프께서 함께 할 사람으로 조국이 적임자라 하시니까 나는 문프께 이 모든 권리를 양도해드렸고, 그분이 나보다 조국을 잘 아실테니까"라며 맹목성을 드러낸다. 조국 사태에 대한 소속당의 대응에 실망해 탈당계를 제출했던 한 진보인사에 대해서는 인신 공격에 가까운 원색적인 비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은 '검찰 때려잡기'가 한창이다. 386 후일담 작가 공지영씨의 날 선 페이스북 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분들을 '데블스 에드버킷'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말이다.
사실 어찌 보면 '조국 사태'는 간단하다. 그의 말이 행동과 정반대였다는 '도덕성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임명 직전엔 '범법 문제'로 전환됐다.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도 불법 개연성이 크고 동생의 소송에 웅동학원 이사회가 무대응한 것도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당시 재단 이사였다. 사모펀드는 공직자윤리법,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짙다. 진영 논리도 도덕성 문제도 아니다. 법 위반 문제다. 장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할까 싶다. 사실 9월 28일 '서초동 집회' 이후 완전히 프레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더 이상 범법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돼 무기력해졌지만 말이다.
참, 알고 보니 '데블스 에드버킷'은 죄가 있다고 확신이 드는 사람까지 변호해 무죄로 만들어주는 냉혈한 변호인을 뜻하는 말은 원래 아니라고 한다. 가톨릭 교단에서 성인을 추대할 때 쓰는 용어라고 한다.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한 사람을 성인으로 추대함에 있어 한 치의 오류라도 막기 위한 장치이다. '데블스 에드버킷'의 반대 의견을 듣고 조금 더 생각하고 고려하는 시간을 가졌던 셈이다.
영화에서의 의미가 아니라 카톨릭 교단에서의 의미라면 '데블스 에드버킷'은 공지영 작가의 힐난을 받았던 진중권 교수나 페이스북을 통해 시원하게 '내부 총질'한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아닐까 싶다. "조국 사태는 진영 논리가 아니라 도덕성 문제이나 조국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진 교수의 말엔 친구로서의 안타까움 때문에 한계는 있으나 그나마 조국 사태를 반추하게 한다. "시민사회에서 입네하는 교수, 변호사 및 기타 전문가 생퀴들아"라며 조국 지지 전문가들에게 일갈하는 김 집행위원장의 글은 '날 것'으로서의 생동감이 있는 내부 비판이다.
누구를 '데블스 에드버킷'으로 불러야 할까? 영화가 아니라 종교에서의 '데블스 에드버킷'이 더 많이 등장해 '살아있는 권력' 내부에서 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기대해도 될까? 기대하지 못하겠지? 서글퍼진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buch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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