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핫플레이스? 카페만 그렇죠… 수제화거리엔 눈길도 안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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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핫플레이스? 카페만 그렇죠… 수제화거리엔 눈길도 안줘요"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성수역 인근 피혁거리. 한때 수제화거리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유동인구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박동욱기자 fufus@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핫플레이스? 카페만 그렇죠… 수제화거리엔 눈길도 안줘요"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22 서울 성수동 상권

(카페거리·수제화거리)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상권 정밀진단
수제화거리

음식점·카페에 밀려 설자리 잃은 터줏대감 구두매장
유동인구 대다수 2030세대… "구두사러 오지 않죠"
중장년 단골만 겨우 발길… 젠트리피케이션 조짐도

카페거리
'한국의 브루클린' SNS 입소문 타고 인기몰이
대림창고·할아버지 카페·어니언 등이 대표격
"이색 분위기 트렌드 민감한 젊은층에 통해"



서울 성수동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손 꼽히는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주말이면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러나 한때 성수동을 대표했던 '수제화 거리' 상인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17일 오후 디지털타임스의 연중 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취재차 방문한 서울 성수역 일대.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향하는 통로를 걷는 내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구두'였다. 역사 곳곳에 구두 관련 전시들이 마련돼 있었다. 역시 수제화 거리로 유명한 곳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수제화 거리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구두 공장들이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성수동으로 모여들며 형성됐다. 1990년대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약 1000여 개의 제화 관련 가게들이 운영되고, 국내 수제화 산업의 80% 이상을 생산할 만큼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모두 옛말이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수제화 거리에는 구두 사업에 관련된 제화·제조 업체, 부자재·피혁 업체, 구두 매장보다 카페와 음식점 등이 더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유동인구 많지만, 모두 젊은 세대…그냥 스쳐 지나갈 뿐"=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수제화 매장은 한산했다.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이들은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여기다!'를 외치며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이 향한 곳은 바로 카페거리. 성수동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유명한 '대림창고', '할아버지카페', '어니언', '카페봇'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탈바꿈하고 로봇이 만든 커피를 판매하는 등 이색적인 콘셉트로 입소문을 탄 카페들이다. 카페 거리가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릴 정도로 뜨면서 성수동 상권에도 자연스레 활기가 돌았다. 그러나 이 활기는 수제화 거리에까지는 제대로 닿지 못했다. '좋은 신발이 당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카페 속에서 수제화는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

성수역 인근에서 15년째 부동산을 운영 중인 황인호(43) 대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젊은이들로, 수제화에 관심이 있어서 오기보다 이색적인 장소·환경 때문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수제화를 신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수제화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연령층도 높은 편인 만큼 수제화랑 카페는 별개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저희 부동산에 찾아와 수제화 거리를 물어보는 분들의 연령층도 대개 60대 이상"이라며 "게다가 이곳은 사무실 임직원 등 주변에 젊은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는 물론 음식점, 옷가게 등 이색적인 업종들이 잘 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카페는 젊은 세대, 수제화는 기성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카페 거리의 활성화가 수제화 거리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제화 거리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도 "카페를 찾는 젊은 애들이 많이 오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 손님이 아니다. 지나가는 유동인구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상인 A 씨 또한 "평일 기준으로 구경하러 오는 손님은 평균 30명쯤 되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이마저도 모두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카페 거리에 가기 위해 왔다가 그냥 들르는 분들이다.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주로 단골 손님들의 소개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제화 시장에 위기가 찾아온 시점은 2000년대 들어서다. 값싼 중국산 기성화가 몰려오며 수제화는 설자리를 잃어 갔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에게는 수제화보다 기성화가 익숙하다. "수제화 거리라는 게 있는지 몰랐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카페 거리를 찾은 익명의 B 씨는 "몇 년 전 수제화 거리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신발을 한 번 구매한 적이 있긴 하다"며 "일반 신발에 비해 편하다는 장점을 느꼈지만 구두를 잘 신지 않다 보니 또다시 구매할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수제화를 구매해 본 적이 있다는 직장인 한수린(20대) 씨는 "기성화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수제화를 살 생각이 없다"며 "또 인터넷 쇼핑을 주로 하는 편인데 수제화는 직접 매장에 가야 하고, 제품을 받는 데도 오래 걸리고,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뜨는 '카페 거리', 밀려나는 '수제화 거리'=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제화 거리에 위치한 수제화 매장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를 카페나 음식점이 메우는 현상도 벌어졌다. 수제화 거리에 각종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 등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성수역 인근 부동산에서 근무하는 C 씨는 "현재도 카페나 디저트 매장과 같이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업종을 위주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황 대표 역시 "지금까지는 수제화 거리라는 브랜드가 있어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구경이라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왔었고, 그러한 점이 성수동의 큰 매력이었다고 본다"면서도 "이미 많이 바뀌었다.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다. 일식집 내지는 카페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대료도 상승하고 있다.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고, 이를 버티지 못한 세입자들이 가게문을 닫는 '젠트리피케이션' 조짐도 보인다. C 씨는 "피혁점이나 구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도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며 "게다가 아파트형 공장이 자꾸 들어오고 유동 인구도 늘어나면서 기존에 있던 수제화 거리의 분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점점 밀려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제화 거리에서 남편과 함께 수년간 수제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은정(49) 씨는 "여기는 원래 피혁·신발을 파는 (매장이 주로 있는) 거리였다"며 "그런데 카페가 알려지면서 기존에 있던 공장이나 제조업자들, 신발·피혁 등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다. 건물주들이 월세 임대료를 일 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올리고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성동구청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하고 지역공동체 생태계 및 지역상권을 보호하고자 '안심상가'를 조성했다. 하지만 안심상가는 수제화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안심상가가 수제화 거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또 '죽은 상권'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박종승 성동안심상가빌딩 센터장은 "원래 이곳은 죽어 있는 곳"이라며 "저도 이 동네에서 20년간 사업을 해봤고, 이 동네에 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성동구가) 정말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으려고 위험을 조금 감수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 센터장은 이어 "저도 처음엔 (사람들에게) 여기는 죽은 자리니까 (장사를) 하려면 정확하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라고 이야기했다"며 "(초반에는) 기본 손님도 없고 하니까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다만 현재는 안심상가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게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어느 정도 (상가를 운영)하고, 입주한 사람들도 단골이 있는 업종이다 보니 기하급수적으로 손님이 늘더라"며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인정하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 생긴 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비어 있는 곳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안심상가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인테리어 하고 있는 곳들이 영업을 재개해 (상가가) 풀로 돌아가면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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