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최고위원의 징계를 놓고 바른미래당 집안싸움이 또다시 격화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은 24일 성명서에서 하 최고위원에 내려진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원천무효'라고 선언하며 손학규 대표의 사퇴 약속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탈당이나 분당 등 중대 결단까지 염두에 둔 단체 행동이라는 점에서 바른미래당의 앞날이 한층 불투명해졌다.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 의원 15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 최고위원에 대한 부당한 징계가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며 "손 대표는 당을 극단적인 갈등과 분열로 몰고 가는 잘못된 징계결정을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바른미래당 윤리위가 지난 18일 하 최고위원에게 당직직무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하 최고위원은 지난 5월 손 대표에게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해 윤리위에 제소됐다. 이들은 "안병원 윤리위원장 불신임요구서 제출과 함께 당헌당규에 따라 윤리위원장은 자격을 상실한 것이고, 자격 없는 윤리위원장이 내린 징계결정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윤리위가 징계사유로 든 당시 하 최고위원의 발언도 민주주의 정신을 저버린 구태정치인의 일반적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손 대표가 당권 유지를 위해 윤리위를 동원해서 반대파를 제거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런 비겁한 정치로는 실타래처럼 엉킨 당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하 최고위원에게 내려진 징계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손 대표가 하 최고위원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끝내 고수해 당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상황으로 몰고 간다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중대 결단이 무엇인지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태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간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좀 그렇다"며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다.
이들은 또 손 대표가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 이상 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국민에게 무슨 낯을 들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약속을 어기는 정당은 그 어떤 국민적 신뢰도 결코 받지 못함을 명심하라"고 비판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오신환·유승민·유의동·이동섭·이태규·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오 원내대표는 "성명서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징계가 부당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의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하태경 최고위원 징계 철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혜훈, 정운천, 이태규, 신용현, 이동섭, 오신환, 김수민, 지상욱, 김중로, 신용현 의원.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