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전방위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은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과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데 이어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해임건의안 카드를 다시 끄집어냈다.
검찰이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정도로 수사 강도를 높이자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을 보고 말았다. 법무부 장관이 끝까지 버티다 11시간 압수수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신청하는 압수수색 영장마다 대부분 발급되고,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영장까지 나왔다. 그만큼 검찰 수사가 탄탄하게 이뤄졌고, 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며 "모든 상황과 정황이 조 전 수석의 직접 관여, 직접 개입으로 모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압수수색에 이어 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 소환되고 구속영장 청구되는 더 충격적인 장면을 국민들에게 보이지 말라"면서 "2015년 이완구 전 총리에게 피의자가 현직 총리라면 수사가 어렵다고 자리에서 내려와서 수사받으라고 했던 말, 본인부터 지키길 바란다"고 조 장관의 퇴진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해임건의안 제출도 다른 야당과 다시 한번 논의를 시작하겠다"면서 "상식과 양심 있는 다른 야당 일부 여당 의원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 임명 이후 해임건의안을 비롯해 국정조사, 특검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앞서 지난 18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공동으로 국회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한국당이 헌법재판소에 조 장관 직무정지효력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다만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발의할 수 있으나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 특히 해임건의안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해야 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는 물리적 제약이 있다.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은 폐기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섣불리 쓸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해임건의안에 반대하고 있고, 대안정치연대나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이 해임건의안에 부정적이라 표결에서 과반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만약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나 원내대표가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는 만큼 해임건의안을 정치적 최대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묻는 질문에 "전체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