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정부가 증권사의 해외송금 서비스 규제 빗장을 푼지 1년이 훌찍 지났지만 증권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증권사들이 직접 해외송금 업무를 하려면 이종업종과의 협력과 이에 따른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있어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송금 서비스를 개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말 해외송금업체인 한패스와 제휴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 종합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그 대상으로 해외송금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총 28개국이다.
송금 수수료는 금융계 최저 수준인 건별 3000원에 제공하며 수요가 많은 미국은 2500원을 책정했다. 시중은행의 인터넷 송금 수수료가 8000~1만5000원이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4000~5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이번 미래에셋대우의 해외송금 서비스 개시는 증권사에 해외송금 빗장이 풀린지 약 1년 만이다.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는 증권사도 올해부터 해외송금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외국환 거래규정을 개정했다.
해외송금 업무는 증권사의 오랜 숙원이었다. 증권사 고객들이 외화를 송금하려면 은행을 꼭 거쳐야 하는 만큼 증권사의 해외송금 길이 열리면 소액 해외송금과 대기성 투자자금 환전 등 서비스 확대를 꾀할 수 있어서다.
정부도 곧장 증권사들의 서비스 활성화가 뒤따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증권사들의 행보가 적극적이지 않다.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작년 10월부터 해외송금 시스템 공동구축 사업에 나섰지만 상용화까지 더딘 이유다. 앞서 20여개 주요 증권사는 금투협과 공동구축한 폐쇄형 블록체인망을 통해 올 상반기부터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할 것을 예고했으나 미뤄진 상태다.
특히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해외송금업 진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AML 전산체계 구축, 외환 전문인력 확보 등 투자규모에 비해 기대되는 수익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14조원 규모에 달하는 해외송금 시장을 은행이 독식하고 있는 데다 카드사들까지 속속 진출하며 수수료 인하 경쟁이 격화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는 평가다.
포화상태에 접어든 시장에 뛰어드는 것에 적극적일 이유가 별로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작이 더딘 만큼 최저 수준 수수료 경쟁만 더욱 격화해 제살 깎아먹는 일만 남았다"며 "며 "애초에 해외송금 서비스를 수익모델로 염두한 것도 아니고, 고객들에 해외송금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