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의 분열이 하태경 최고위원의 징계로 가속화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측은 19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불상사가 발생했다"며 "이번 결정은 손 대표가 윤리위를 동원해 반대파를 제거하는 치졸하고 비열한 작태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오 원내대표는 "윤리위를 동원해 당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이런 치졸한 작태가 아니면, 당권을 유지할 방법 자체가 없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당대표라는 것을 손 대표 스스로 다시 한번 입증한 것 "이라며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이상, 더 이상 손 대표와 함께하기는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은 전날 하 최고위원 징계를 막고자 당 윤리위원장 불신임 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윤리위는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하 최고위원에게 당직 직무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 5월 손 대표에게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해 윤리위에 제소됐다.
징계 당사자인 하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조국 잡으라는데, 손 대표는 하태경 잡는데 혈안"이라며 "손 대표는 조국을 끌어내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만들기보다 하태경을 숙청해 독재를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윤리위 징계의 핑계가 됐던 제 발언은 노인폄하가 아니라 구태 정치인을 비판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선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네 번 사과했다. 그런데도 징계를 강행한 것은 당내 반대세력을 숙청해 권력 독차지한 다음 당을 팔아먹으려는 손 대표의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재심은 의미가 없고, 윤리위가 적법하냐 적법하지 않느냐 논란과 관련해 유권해석 권한이 최고위에 있다"며 "최고위에 유권 해석하는 긴급 안건 상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이날 의원총회에 전원 불참했다. 오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참석 의원들이 윤리위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며 "의원들 대다수는 윤리위가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서 활용되는 것이 부당하고 철회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오 원내대표는 징계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당을 정상화하기 위해 진로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런 경우의 수들을 놓고 이미 윤리위 징계 이전부터 논의됐던 바가 있기에 그런 것들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가능성에는 "오래전부터 논의했고 경우의 수 안에 포함돼 있는데 이 또한 의원들과 절충해야 하는 부분들이 일부 남아있기 때문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오 원내대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분당설에는 "아직은 시기 상조"라며 "함께 갈 수 없다는 걸 당이 갈라선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것까진 없다"고 일축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윤리위 징계는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로 당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손 대표가 정치를 이렇게 추하게 할지 몰랐고, (탈당 가능성은) 너무 앞서가는 얘기인 것 같다"고 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1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