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사업자 품질책임 목소리
해외 우회망 접속확대 우려도
해외 우회망 접속확대 우려도
국회 과방위 정책 토론회
해외 콘텐츠제공업체(CP)들이 망사용료를 회피하기 위해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규제나 법적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법원이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행정소송에서 페이스북 손을 들어주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큰 해외 우회망 접속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더민주), 김성태(자유한국), 박선숙 (바른미래), 김경진(무소속)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페이스북 판결로 본 바람직한 이용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개회사를 맡은 변재일 의원은 "법적 미비로 국내 이용자들과 ISP(통신사)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국내 CP들은 불공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선숙 의원도 "디지털경제가 기존 경제를 덮어쓰고 있는 이 시점에 법은 디지털 경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디지털경제의 강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맞춰 시장환경을 끌고 가면서 법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법당국이 디지털시대로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페이스북 판결로 본 바람직한 이용자 보호제도'라는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한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이용 제한'에 대해 법원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해석하는 물리적 해석만 했다"면서 "입법 취지, 환경변화 등을 고려한 규범적 해석을 하라고 법률가가 존재하는 것인 만큼 이용 제한의 의미를 한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 교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의 '이용자 저해'의 유형이 동법 시행령 42조에 열거돼 있는데, 이 시행령이 포섭할 수 없는 행위에 관해서는 상위법인 제50조에 근거해 판결할 수 있는 것"이라며 "50조에 적시한 '현저하게 이익을 해하는 행위'로 판단되면 이에 따라 판결하는 게 맞다. 이러한 관점에서 방통위의 이번 판단은 옳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이 일부 가입자들을 해외 우회망에 접속케 한 것과 관련,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지 않았다면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 제1항 제5호를 해석하면서 시스코,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국제전기통신연합 기준 등과 비교해 응답속도 130ms는 현저히 느려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우리나라 기준에서 봤을 땐 어떠한지에 대한 언급 없이 유럽, 시스코 기준 등만 언급했다"면서 "이용자 이익을 논할 땐 글로벌 규범 체계뿐 아니라 개별 국가의 속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신사업자 뿐만 아니라 콘텐츠사업자도 품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용·품질 측면에서 이용자 권리·기대이익의 침해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콘텐츠사업자들은 가입자 기반을 통해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고, 이를 활용해 광고수익도 내고 있다"면서 "통신사가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게 아닌 만큼 통신, 콘텐츠사업자도 품질 책임을 함께 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용 측면에서는 상호접속체계의 긍정적 효과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상호접속체계는 과거 지나친 CP 유치 경쟁으로 인한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그 자체를 나쁜 규제로 볼 수 없다"고 발언했다.
CP에 망사용료를 지불하면 소비자 이용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비논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망이용 대가는 일정 비용을 주고 분담비율을 정하는 것이지, 이용료를 증가시키는 게 아니다"면서 "망 이용대가의 하한선을 제공해 시장에서 적정 이용가치를 발휘하게 하는 게 상호접속체계의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통신사가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에 망사용료 차별을 두는 게 문제"라면서 "이에 대해, 경실련이 공정위에 제소했고, 공정위 판단이 나오면 해결방안이 어느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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