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ICT과학부 부장
![[최경섭 칼럼] 청춘들이 묻는다 "기회는 평등한가요?"](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1602102269046001[1].jpg "[최경섭 칼럼] 청춘들이 묻는다 \"기회는 평등한가요?\"")
정유라는 세상을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가진자를 위한 특혜가 정당하다고 막무가내로 항변했다. 가지지 못해 자신을 비난하는 일반 동료 학생들을 돈 없고 몰상식한 '개·돼지'로 몰아 붙였고, 가진자인 자신이 누려온 부정입학, 특혜학점을 모두 권력과 돈의 정당한 대가로 포장했다. 정유라의 독설과 막말은 같은 대학인 이화여대 학생들은 물론 대학가 전체에 분노를 촉발시켰고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등으로 이어지는 국정농단-촛불정국-대통령 탄핵의 발화점이 됐다.
불끓는 열정을 촛불정국으로까지 승화시킨 당시 청춘들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백하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서, 누구에게나 정당하게 부여돼야 할 기회가 차단당하고, 가진자들의 특혜가 정당화 돼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누구는 길고 긴 '입시지옥'에 '취업전쟁'까지 돌파해야 하는 '헬조선' 시대를 살아야 하는데, 같은 나라에 사는 다른 누군가는 권력과 편법으로 그 모든 것을 너무나 쉽고 아무렇지도 않게 편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들을 분노케 한 것이다.
정유라 사태로 분개했던 청춘들이 요즘 '조국 논란'으로 또 다시 들끓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등 주요 대학에서 촛불집회가 잇따르고 있고, '조국 퇴진'을 외치는 대학교수들의 성명서도 이어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은 한영외고 재학시절, 국제학술지의 제1 논문 저자로 등재된다. 인턴경력을 쌓은지 2주만에 거둔 놀랄만한 논문 경력은 대학입시 스펙에 그대로 반영됐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에는 2차례나 유급을 받고도 6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다. 해당 대학원에서는 성적에 상관없이 예정돼 있던 장학금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작 일반 학생이 그같은 성적으로 계속 장학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국 딸과 관련한 논란은 과거 3년 전 정유라 사건과 너무나 닮아있다. 최순실과 정유라가 그랬던 것처럼, 가진자들의 억지와 교만, 편법이 그대로 담겨있다. 대학 교수 시절, 평소 청렴결백, 공정가치를 그 누구보다 강조해 온 조 장관은 딸의 편법적인 입시 행태, 장학금 지급건에 대해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 장관이 위법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면책권을 부여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2년 전 문 대통령은 평등사회, 공정가치를 구현하겠다며 취임식에서 약속했다. 이 약속은 정유라 사태로 상대적인 발탁감이 컸던 젊은 세대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이자 촛불정부를 만든 그들과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조국 딸 사태가 정유라 사태의 '판박이'라는 목소리가 대학가에서 높아지고 있지만, 대통령은 애써 그 요구에 귀를 닫았다. 정유라는 아시안게임 승마 우승자라는 누구나 인정하는 수상경력이 입학에 작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조국 딸은 사문서 위조 의혹에 그 뛰어나다던 영어실력마저 중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책임을 전가했다. 고등학생이 국제논문의 제1 저자가 됐다는 비난에 대학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책임을 전가했고, 검찰의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과정은 생략한 채 불법은 없었다며 면죄부까지 쥐어줬다.
청춘들은 말한다. 조국 딸 사태가 과거 정유라 사건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평등사회, 공정가치 실현을 약속한 대통령의 공약이 왜 파기됐는지 이들 청춘들에 답해야 할 때다.
최경섭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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