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때아닌 TV 품질 신경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에 대해 '리얼 8K'가 아니라고 선전포고를 한 데 이어, 삼성전자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번인(burn-in) 걱정 없이'라는 광고 문구를 넣어 우회적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내구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추석 연휴기간 동안 기존 QLED 8K TV 광고 말미에 '번인 걱정 없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어 이달 1일부터 연말까지 구매 기준으로 번인증상 10년 무상보증을 한다는 마케팅 프로모션도 소개했다.
번인이란 고정된 화면을 계속 켜놓거나 같은 이미지가 반복될 경우 디스플레이를 끄거나 전환해도 화면에 잔상이 일정 기간 남는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유기물을 소재로 한 OLED 패널의 내구성 문제를 지적할때 주로 쓰이는 단어다. 삼성전자는 과거 2017년 10월 유튜브에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LG전자의 OLED TV를 우회적으로 저격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판촉 홍보 차원에서 광고에 이 문구를 삽입했고, 추석 연휴 기간에만 나가는 것"이라며 "특정 업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굳이 이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번인' 무상보증 행사를 광고에 노출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새 TV 광고를 시작하고 "앞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라는 광고 문구로 삼성전자 TV 화질의 문제점을 직접 비판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지난 2016년부터 퀀텀닷 필름을 적용한 TV 신제품에 '번인 10년 무상보증' 판촉을 시작했고, 지난 4월에도 8K를 포함한 2019년형 모델을 출시할 당시 같은 프로모션을 공개한 적이 있다. 새삼 이 시점에 또 다시 이 내용을 대외에 알릴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도 자사의 8K TV와 경쟁사의 TV를 비교하며 '리얼 8K' 논란을 제기했다. 오는 17일에는 국내에서 추가 설명회를 하고 8K TV 화질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여론 반응을 살피는 중이고, LG전자의 추가 공세 내용에 따라 적극적인 공세로 바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기술 주도권에서 밀릴 경우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의 절반(53.8%)을 차지하는 등 상승세 중인 TV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제조업 침체 속에서도 세계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내 가전 대표주자들이 '자중지란'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자칫 우리 기업들 간의 깎아내리기 경쟁이 중국과 일본 경쟁사들만 이롭게 해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박정일·이미정기자 comja77@dt.co.kr
삼성전자가 방송 중인 QLED 8K TV 광고 이미지. 삼성전자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번인 걱정 없이'라는 문구를 이 광고에 추가해 번인 10년 무상보증 판촉 프로모션을 알렸다. <삼성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