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칼럼] 글로벌 공급사슬 급변에 대비해야 한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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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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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권 칼럼] 글로벌 공급사슬 급변에 대비해야 한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7월 9일 공학한림원이 주최한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필자는 세계경제의 탈 글로벌화를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대외여건 변화로 지목하였다. 그리고 GVC(Global Value Chain)상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집중도 해소, 글로벌 가치사슬상의 재입지, 그리고 재편될 GVC상 새로운 지정학적 파트너십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트럼프 당선 후 부각된 미중간 무역갈등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1일 일본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치에 사용되는 소재의 수출제한을 발표하면서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이러한 GVC 재편에 대해 사람들은 그 원인을 5000억달러를 상회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즉 무역불균형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첨단분야에서의 기술패권, 더 나아가서는 정치경제 체제를 둘러싼 미중간 패권경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제 GVC의 재편은 장기적 추세가 아니라,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몇가지 단초를 살펴보자.

첫째, 미국의 경우,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간 제조인력이 리쇼어링(reshoring)에 의해 다시 자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리쇼어링과 해외직접투자에 의해 미국의 제조업 고용은 75만7000명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를 이어가고자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도 자국기업의 리쇼어링과 함께 한국을 포함한 해외기업의 미국 직접투자를 계속 독려할 것이다.

둘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제품에 대한 미국의 무역장벽은 점차 강화될 것이다. 관세장벽은 대중 무역적자가 상당 수준 해소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 여파로 중국에 입지한 해외 오프쇼어링 공장은 본국으로 회귀하거나 베트남, 인도, 타이완 등 아시아국가로 이전·재배치될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가는 수출경로의 재배치가 불가피함은 물론이다.

셋째, 중국의 국가전략인 '중국제조 2025'는 매우 강한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70%, 재생에너지장비 80%, 스마트폰 칩 40%를 2025년까지 국산화하겠다는 목표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 뿐 아니라 5G나 인공지능,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미래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인수합병과 대규모 연구개발을 통해 자주기술입국을 실현해 가고 있다. 이는 중간재 수입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할 뿐 아니라, 첨단시장에서 중국기업에 의한 한국기업 퇴출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최근 수출제한조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일간 갈등은 첨단소재와 부품 분야에서 한국의 입지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이번 사건으로 GVC에 내재된 위험에 대한 국민적 자각이 크게 일었다. 그 결과 소재부품 분야에서 한국의 국산화 동기는 크게 고무된 상태다. 그러나 소재부품 공급선의 재구축이나 국산화는 안정화되기까지 긴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2016년 제조업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8%로서 중국 28.8%에 이어 세계 2위다.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수출입 비중은 80.8%로서 독일(86.8%) 다음으로 역시 세계 2위다. 이런 상황에서 GVC의 급작스런 재편은 한국경제에 크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국산화 추진만으로는 부족하다. GVC 재편과정에서 나타날 세계경기 하락에도 대비해야하고, 재편될 GVC에 따라 새로운 포지셔닝도 서둘러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쿠르그만 교수는 선진국간의 교역증가가 전문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에서 비롯된다는 새로운 교역이론을 주장했다.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서 전문화를 통한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GVC 재편에 대한 치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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