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중국 "지구전으로 승리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중국 "지구전으로 승리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마오쩌둥(毛澤東)은 1938년 '지구전을 논함'(論持久戰·이하 지구전론)을 발표했다. 대장정 시작 이후 4년의 시간이 흘렸고 중일전쟁이 한창일 때였다. 당시 국민당 내부에선 '중국필망론'(中國必亡論)과 '중국속승론'(中國速勝論)이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공산당 지도자 마오의 생각은 달랐다. 일본은 군사력·경제력 모두 월등해서 중국은 속전속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단기 결전이 아닌, 유격전·지구전을 전개한다면 승리를 거둘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옌안(延安)의 토굴 속에서 이 생각들을 정리해 논문 형식의 책을 썼다. 지구전론에 따르면 전쟁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밟는다. 전략적 방어, 대치, 역공이란 단계다. 이 책은 최종 승리를 위해서라면 일시적인 후퇴도 감내해야 하고 장기전에 따른 고통을 극복할 각오도 다져야한다고 제언한다. 곤경에서 벗어나는 힘, 불굴의 정신, 세련된 전술, 그리고 승리에 대한 절대적 신념을 논한다. 이 전략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일본군을 몰아내고 국민당군에 승리한 후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책이 나온지 80여년 후 중국에서 '지구전론'이 다시 읽히고 있다. 증쇄에 증쇄를 거듭하는 인기의 배경에는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거의 2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서 상황은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대해 예고한 대로 추가 관세를 강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0시 1분을 기해 총 112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관세 제4탄을 발동했다. 이에 맞서 시진핑(習近平) 정권도 같은 시간부터 750억달러 어치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날은 원유와 콩, 육류 등 1717개 품목에 대해 관세가 발동됐다. 특히 미국산 원유가 보복 대상이 된 것은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12월 15일부터는 나머지 품목으로 부과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중국 "지구전으로 승리한다"


중국의 추가 관세는 지구전으로 무역전쟁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준다. 중국이 응시하는 곳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다. 트럼프의 재선 여부에 따라 국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년 11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2개월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조짐이 심상치않다. 대선의 열쇠를 쥔 미국 중서부 경합지역의 농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무역협상 조기타결을 요구하는 미 유통업계의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반면 시진핑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중국 공산당은 선거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미국 만큼 국민여론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민들에게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무역전쟁 장기화로 성장률이 급락하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페라리를 자전거로 갈아타고 수입석유를 국산석탄으로 바꾸며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 주석은 지난달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도 무사히 마쳐 당내 기반이 공고해졌다. 미국과의 협상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무역전쟁이 발발했을때 수입액이 많은 미국이 유리한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젠 트럼프가 불리해 보인다. 마오는 지구론전에서 "늦어진다고 겁먹지 말라,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총성만 없을 뿐 미중간에 전쟁이 한창이다. 마오의 지침대로 시진핑은 미국의 '자멸'을 기다리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