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왜 한국 연금수익률은 낮은가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  
  • 입력: 2019-09-04 18:20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포럼] 왜 한국 연금수익률은 낮은가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2005년 12월에 도입된 퇴직연금은 2018년말 현재 적립금 잔고 19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제도 유형별로 보면 연금자산운용의 책임을 회사가 지는 DB(회사책임)형이 64%, 가입자가 책임지는 DC(가입자책임)형중 기업형DC가 26%, 개인형 DC인 IRP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기업형DC와 IRP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부분 DC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기존 DB제도 도입기업 중에서 DC제도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퇴직하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퇴직연금을 IRP로 바꿔놓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연금연구소 손성동 소장은 앞으로도 DC형의 비중이 계속 늘어 2027년에는 DB형의 비중을 넘어서고, 2030년에는 DC형 잔고가 248조원으로 전체 연금잔고의 60%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DC형 자금이 펀드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운용되어 높은 운용실적을 낼 수 있게 된다면, DC형연금 가입자에게는 물론 한국의 펀드시장, 나아가서는 자본시장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문제는 DC형연금자산의 운용방법이다. 예금이나 단기금융상품과 같이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운용자산의 82% 정도(2018년말 현재)를 넣어두고 있다.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상품의 비중은 18%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1% 대의 저금리시대에 고수익을 낼 수 없는 운용구조인 것이다. 반면, 펀드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1990년대까지만 해도 20%에 지나지 않았던 DC형연금자산의 펀드투자 비중이 2018년말 현재 56%까지 확대되었다. 일반공모펀드 이외에 은행의 신탁계정, 보험사의 분리계정, 기타 합동운용상품을 포함한 광의의 펀드투자비율은 80%를 넘는다. 미국의 DC형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노후에 대비한 장기자산운용은 단기적인 하락리스크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상품에 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DC형연금의 운용수익률에 대해 공식 발표된 자료는 없지만, 투자평론가 사라샤키씨가 웹사이트 '웰켑월렛'에 기고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직전 20년간의 연평균수익률은 7%였다. 또한, 미국투자회사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펀드 보유자중 63%는 기업형 DC를 통해 처음으로 펀드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DC연금은 미국인에게 펀드투자를 시작하는 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미국에서 이렇게 DC형연금시장과 펀드시장이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세제우대확대, 펀드자동가입제도 도입 등과 같은 제도개선과 운용방법 개선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이런 노력들도 연금가입자들의 의식수준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점이다. 미국의 가정교육, 학교교육, 기업교육 그리고 100년의 역사를 가진 경제·금융교육 단체들의 활약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쌓여진 투자지식과 자기책임의식이 DC연금과 펀드시장 발전의 기반이 된 것이다

DC형연금과 펀드시장의 발전이 미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2001년 DC형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DC형연금 확충과 연금자산운용방법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DC형연금제도 도입기업, 정부, 금융회사들은 미국에서 해왔던 제도개선과 운용방법개선은 물론 일본인들의 뒤떨어져있는 투자지식과 자기책임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기업들은 가입자(근로자)에 대한 연금·투자교육이 기업의 의무라는 자각 하에 적극적인 교육을 실시해 왔다. 일본기업연금연합회의 DC연금 실태조사에 의하면, DC제도 도입시의 가입자교육은 이전부터 100%에 가까운 기업이 실시해왔으며, 계속투자교육 실시율은 2014년도의 58%에서 2017년에는 74%(종업원 1,000명 이상의 기업에서는 82%)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3월말 현재 DC연금자산중 펀드투자 비중은 기업형이 48%, 개인형은 40%에 이른다. 운용수익률 면에서도 일본기업연금 연합회가 DC연금제도 도입기업 39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제도 도입시부터 2016년도까지의 연평균 수익률은 2.9%였다. 4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도 연평균 수익률도 3.1%를 기록했다. 지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제로 퍼센트 대의 금리와 주식시장 장기침체라는 최악의 운용환경속에서 이런 정도의 운용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미·일의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국내 기업·정부·금융회사들은 그 동안 DC형연금의 수익률 향상과 관련해서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왔는지 심각하게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제도개선이나 운용방법 개선도 문제지만, 그런 노력들이 성과를 내는 데는 근로자들의 투자지식과 자기책임의식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특히 연금자산운용의 책임을 회사에서 근로자책임으로 이전시킨 DC형연금 도입기업의 연금·투자교육 활성화가 시급히 요망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