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한국판 CES`를 보고 싶다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현장] `한국판 CES`를 보고 싶다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6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가 시작된다. 어느덧 이 행사에만 네번째 방문이다. 이번 방문으로 최근 수년간 세계 가전·IT의 진화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첫 방문 당시 개념 상으로만 존재했던 사물인터넷(IoT)은 4년 여가 지난 지금 웬만한 신제품에 다 들어가 있다.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혁신 신제품을 외국에서 먼저 볼 수 밖에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를 전시할 공간이 없다. 국내 전시장 총 면적은 28만㎡로 세계 18위에 불과하고, 대형 전시장(10만㎡ 이상)은 전세계적으로 55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킨텍스(10.8만㎡)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소비자가전쇼)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나 IFA가 열리는 독일 메세 베를린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 서울의 전시컨벤션 규모는 6.5만㎡로 아시아 주요 경쟁도시인 싱가포르(24만㎡)와 홍콩·마카오(29만㎡)와 비교해 4분의 1수준에 불과해 인프라 경쟁력이 취약하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무역 9위 국가임에도 전시장 규모는 세계 20위에 불과하다. 2004년 한국의 국제회의 개최수는 164회, 싱가폴은 156회였으나, 2014년 한국은 636회(서울 249회), 싱가포르는 990회로 격차가 대폭 벌어지고 있다. 올 초 정부는 '한국판 CES'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한국 전자·IT 산업융합 전시회'를 개최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며 '급조한 관치행정'이라는 비난만 받았다. 없는 인프라에 억지로 밀어붙이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초대형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MICE 산업은 전시컨벤션, 숙박,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고, 관광객 유치와 내수 시장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다.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한 가운데 있음에도 연 40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2만개 이상의 각종 회의가 열리고 있다. 33.3만㎡의 전시공간은 물론 총 15만개의 호텔 객실과 버스, 택시, 셔틀차량, 자동 모노레일 등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까지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카지노 산업의 쇠퇴에도 스포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여전히 미국 내에서 역동적인 지역경제를 지속하고 있다.

MICE 산업은 외화가득, 고용창출, 산업간 교류 증진 등 유·무형의 파급효과가 큰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MICE 산업의 외화가득률은 90%로 자동차(71%), TV(60%), 휴대전화(52%) 등 주요산업보다 높다. 일자리 창출 역시 매출 10억원당 고용인원이 52명으로 반도체(36명), 조선(32명) 등 주력 산업보다 고용창출효과도 큰 편이다. 여기에 민간외교 활성화와 국가 이미지 제고 등 간접적인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하다.

최근 잠실·SETEC·마곡 등 서울 도심 내 복합 MICE 인프라 개발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지역 이기주의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 보니 인·허가 움직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부작용을 염려하기엔 우리 기업이 CES나 IFA에 가서 낭비하는 외화가 너무 아깝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IT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글로벌 IT 업체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신제품의 경쟁력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는 '한국판 CES'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에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수출 부진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MICE 산업 육성이라는 카드로 '돈맥경화'를 해소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 하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