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연극 메카 온데간데… "대형 프렌차이즈도 줄줄이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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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연극 메카 온데간데… "대형 프렌차이즈도 줄줄이 엑소더스"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방문한 종로구 대학로. 문화 콘텐츠의 힘으로 한때 주변 상권들까지 활기를 띄었었지만, 현재는 오래된 카페와 식당·편의점들만 즐비할 뿐이다.

이슬기기자 9904sul@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연극 메카 온데간데… "대형 프렌차이즈도 줄줄이 엑소더스"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20 서울 종로구 상권 Ⅲ

(대학로·창신동 완구거리)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상권 정밀진단
대학로

대표 만남의 장소 '혜화역 4번출구'조차 임대 문의 즐비
임대료 상승 부메랑… 소규모 상권 이어 대형마트도 떠나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 유학생이 손잡고 가게 열기도


창신동 완구거리
손님 없이 한산… 대다수 상점 오후 5시에 문 닫아
"2000년대 초 사람 넘쳤는데… 10년전부터 급격 침체"
완구시장 온라인 이동 가속도… 오프라인 점점 몰락



'연극의 성지, 이젠 역사 속으로?'

서울 혜화동·명륜동·동숭동 일대 대학로는 우리나라 연극의 메카이자 예술의 중심지로 꼽힌다. 한 때 이 길은 골목마다 들어선 소극장으로 다양한 연극공연이 끊이지 않았다. 2000년대 대형 영화관의 진출로 순수예술부터 상업예술까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 같은 문화 콘텐츠의 힘으로 주변 상권들까지 활기를 띄었었지만, 현재는 오래된 카페와 식당, 편의점들만 즐비할 뿐이다. 무엇이 북적북적 거리던 대학로 거리를 한산하게 만들었을까.

◇'복합문화상권의' 상징 대학로...'임대문의 팻말'만= 지난달 20일 오후 푹푹 찌는 날씨에 찾은 서울 혜화역 4번 출구는 한산했다. 혜화역 4번 출구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기로 한 이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통한다. 혜화동 로터리 쪽 방향으로는 성균관대학교 인문캠퍼스와 가톨릭 대학이 있으며, 반대쪽 방향으로는 서울대 인문캠퍼스 부지였던 마로니에 공원이 있다. 대로를 따라 길을 건너면 한성대학교가 있고, 대학로의 명물인 소극장들이 즐비해 있다.

대학로 상권의 시작은 1970년대 서울대학교가 현재의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되면서다. 여타 지역에 분산됐던 소극장들이 대학로로 몰리며 상권의 기반이 마련됐다. 자연스럽게 소극장들이 들어서고 인근 대학교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들자 번성하기 시작했다.

대학로 상권이 실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 거리를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고, 대학로라는 명칭이 사용되면서다.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를 실시해 수많은 인파가 도로를 가득 메웠다. 2004년에는 서울에서 두 번째 문화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문화상권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이 유동 인구가 넘쳐나고 교통의 요지인 이곳도 상권의 침체기를 비켜갈 순 없었다.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는 핵심거리에 있는 상점조차 빈 채로 남아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대학로 사거리 정면에서 바라본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에는 '전영 322평 임대'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사거리에서 부동산을 하는 주인 A씨는 "불과 1~2년 만에 상권이 침체기를 맞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소규모 상가들 중심으로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나갔다면, 현재는 대형마트들까지 이곳을 떠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과 2번 출구 사이에 있던 파리크라상 역시 지난해 문을 닫은 바 있다. 1999년 7월 오픈한 지 19년만이다. 부동산을 중개하는 B씨는 "그렇게 오래된 가게가 나간다는 것 자체가 상권의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것"이라면서 "대학로 상권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임대료를 버티며 대학로에 남아있는 상권 대부분은 프랜차이즈였다. 아직까지 혜화역 핵심거리에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의 상점들이 입점해있지만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어들면서 활력을 잃은 모습은 매한가지였다. 성균관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C씨는 "이미 2~3년 전에 비하면 사람들 발 길이 뜸하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주말마다 시위도 많이 있고 하다보니 다른 곳으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불러온 비극...야금야금 들어오는 중국 상권= 결국 이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은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란 것이다. 이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D씨는 "주변 상가들마다 임대료가 너무 올라 결국 부담하지 못해 나가고 있다"면서 "하루하루 벌어 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수 시장이 너무 어렵다보니 돈을 쓰는 사람들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주인 E씨는 "한때 대학로 상권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임대료가 상승했다"며 "장사가 안 돼 나간 자리조차 임대료가 안 떨어지니 프랜차이즈 아니면 들어올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간 우리나라 상권에 최근 중국 자본이 들어와 공차, 마라탕과 같은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주로 중국인들 중에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가령 한 명당 1억씩 5명이 5억을 투자해 가게를 내거나 하는 식의 투자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주인 김씨는 "대학로가 9시만 되면 어두껌껌해졌다"면서 "이것이 대학로의 상권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과 1~2년 새 한국사람 중에 상가를 내는 사람은 극히 없다면서, 대부분 중국 손님들이 가게를 내기 위해 물어온다"고 말했다.

◇인근 창신동 완구거리 사정도 마찬가지...상인들 '한숨'=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창신동 완구거리의 사정도 혜화역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장사를 끝내고 셔터를 내리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조차 손님이 없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즐기거나 게임을 하기 일쑤였다. 장난감 가게 주인 A씨는 "2000년대 초만해도 거리가 붐볐다"면서도 "2010년대쯤부터는 사람들이 줄기 시작해, 오히려 한국인들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완구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들 인터넷으로 완구제품을 사다보니, 오프라인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이 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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