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조국과 냄비 속 개구리

김승룡 정경부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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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조국과 냄비 속 개구리
김승룡 정경부 경제팀장
개구리 한 마리가 냉수가 담긴 냄비 안에 놓여 있다. 개구리는 아무 일 없는 듯 헤엄친다. 냄비를 가스불에 올려놓고 약불로 서서히 물 온도를 높인다. 21도였던 물이 27도가 된다. 27도에서 30도, 35도가 돼도 개구리는 전혀 뜨거운 줄 모른다. 개구리는 그렇게 서서히 익어 죽는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가 꼭 '냄비 속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가까운 경제 지표부터 살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업자 수는 109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8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3.9%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2000년 7월(4.0%)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2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는 943만6000원으로 3.2% 늘었다. 두 계층의 소득 격차는 811만1000원, 5.3배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소득 양극화가 가장 심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7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세는 앞으로 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6%로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래 7개월 연속 1%를 밑돌고 있다.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당장 서민들에게 좋을진 몰라도 경기가 좋지 않아 침체(Recession)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른바 디플레이션(Deflation)이다. 게다가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5로 2017년 1월(92.4)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위축 가속이 우려된다.

클라우디아 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가 고안한 경기침체 판단 지표(이하 삼 지표) 기준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현재 경기침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은 40%로, 최근 2년 새 20배 높아졌다. 삼 지표는 최근 3개월간 실업률 평균치와 최근 12개월 실업률 최저점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로 계산한다. 앞으로 실업률이 증가하면 경기침체 확률이 금방 76%로 늘어나고, 90%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나라 안 경제지표가 거의 모두 '위기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나라 밖을 보면 더 한숨이 나온다. 미중 무역갈등은 이제 경제 패권 전쟁을 넘어 안보 차원의 '신 냉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투명한 사과 없이 '전쟁 가능 국가'를 외치며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을 감행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평화경제'를 걷어차고 연일 미사일 도발에 나서며 한반도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우리는 지금 '조국'(법무부 장관 후보자) 때문에 '조국 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조국 코드가 경제위기 대응 코드를 압도해버려 눈을 가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며 전혀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두단계 높은 'AA-'로 유지했고 안정적 전망으로 평가했다"며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고 했다. 또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 불안감을 키우지 말라"고 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올 2분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월 평균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는 보도와 관련해 "2018년 이후 1분위 소득 증가율이 줄곧 마이너스였지만, 올해 2분기 0.045% 플러스로 전환했다"며 저소득층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0.045% 늘어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그렇지만, 2분기 1분위 소득이 아주 조금이라도 늘어난 것은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나 이전소득이 근로소득보다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래도 이를 '가짜뉴스'라고 할텐가. 각종 경제지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도 '가짜뉴스'인가.

지금 당장 위기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각종 지표가 나빠지고 있어 곧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신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리 대비해야한다. 국민 경제를 나락에 빠뜨리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 뉴스'를 무조건 좌우 이념논리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냄비 속 열기를 체감하지 못해 결국 죽고 마는 '개구리 신세'가 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를 결코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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