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탄소섬유 1조 투자
조석래 명예회장 강력한 의지로
2008년부터 전주시와 협업 개발
4개분야 세계 시장 40% 선두
조현준 "세계 톱3 올라서겠다"
조석래 명예회장 강력한 의지로
2008년부터 전주시와 협업 개발
4개분야 세계 시장 40% 선두
조현준 "세계 톱3 올라서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탄소섬유를 사용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자동차에 탑승해 조현준 효성 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20일 수소경제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탄소섬유 자급화를 위해 1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2대에 걸쳐 '소재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오너 부자의 의지가 담겨있다.
효성은 20일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 주요 정부·지방자치단체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규 투자 협약식을 하고 이 같은 계획을 내놓았다. 이날 조현준 회장이 직접 계획을 설명할 만큼 탄소섬유는 효성이 미래성장동력으로 각별히 키우는 사업이다.
효성은 2008년부터 전주시와 협업해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고 있는 탄소섬유 개발을 본격화했으며, 지난 2011년 독자기술을 기반으로 한 탄소섬유 '탄섬'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일본, 독일, 미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는 4번째다.
효성은 당시 "아무도 안 할 때 들어가라"는 조석래 명예회장과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로 탄소섬유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조 명예회장은 탄소섬유의 원료인 탄소는 석탄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탄소섬유 중간 복합재 등 최종 제품에 적용될 경우 그 가치가 수백배 커질 수 있다며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탄소섬유는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진입장벽도 높다. 업계에서는 2015년 30조 원 수준이었던 탄소섬유와 복합소재의 세계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6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72%를 차지하는 등 탄소섬유는 일부 국가가 전략품목으로 관리하고 있어 초기 시장 진입이 어렵다. 특히 일본은 3개 자국 업체가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등 사실상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효성과 비슷한 시기에 탄소섬유 사업에 진출한 몇몇 대기업들은 시장 진입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효성은 2대에 이은 뚝심으로 사업을 계속 이어갔고, 조현준 회장은 세계 톱3의 한 축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효성 관계자는 "당시 조 명예회장의 일본 지인이 독자적으로 탄소섬유를 개발하려면 수십년은 걸릴 것이라고 만류했고, 이후 일부 선진 업체들이 은근한 기술제휴를 제안했지만 의지와 집념으로 독자적인 개발에 매진했다"며, 이는 "오직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 기술을 앞세워 영업하라"는 조 명예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효성은 이 같은 오너의 뚝심경영의 힘으로 현재 4개(스판덱스, 타이어보강재, 자동차 에어백·시트벨트 원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압도적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고분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케톤을 개발하는 등 '세상에 없는 물질'을 만들라는 조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갔다.
이 경영철학은 장남인 조현준 회장으로 이어졌다. 조 회장은 지난달 1일 '생산기술센터' 출범식에서 "세계 1등 제품이 곧 세계 1등 기술이라고 안주해선 안 된다"면서 "기술에 기술을 더해 '기술융합'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이번 증설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과 현대자동차 등 수요 업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서울, 유럽, 미국 등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복합재료 전시회(JEC)에 참가해 탄섬의 품질과 기술력을 소개하고 판로를 개척 중이고, 현대차와 첫 탄소섬유 적용 콘셉트카인 '인트라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효성 관계자는 "낚싯대, 등산스틱 등 레저용 제품에서부터 자동차용, 건축용 소재 등 제품의 사용처를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수소전기차용 연료탱크 공급을 위해 국내 업체와 협업을 강화해 품질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이른 시일 내에 제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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