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시작된 'NO JAPAN' 운동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일본산 제품의 대체재로 지목된 상품들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판도가 본격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타깃인 유니클로는 지난 7월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초기에 모기업인 패스트테일링의 오카자키 다케시 CFO가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반면 이랜드그룹의 SPA 브랜드 스파오와 신성통상의 탑텐 등 국산 SPA 브랜드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광복절 티셔츠, 삼일절 티셔츠 등 임정 수립 100주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탑텐은 대표적인 '유니클로 대체재'로 지목되며 7월 매출이 20% 넘게 늘었다. 이랜드 스파오의 '쿨테크' 역시 유니클로의 에어리즘(기능성 내의)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지목되며 매출이 300% 증가했다.
10년 넘게 수입맥주 왕좌를 지켰던 일본산 맥주도 불매운동 여파에 순위가 급락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7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월 대비 45.1% 감소한 434만2000달러로 집계됐다. 456만3000달러의 벨기에, 444만3000달러의 미국 맥주에 이어 3위로 추락했다. 일본 맥주가 수입맥주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맥주 수입액이 반토막나는 새 벨기에 맥주는 50%, 미국 맥주는 96% 수입이 증가했다.
신제품 테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카스 가격 인하를 단행한 오비맥주 등 국산 맥주들도 선전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산 맥주 판매량은 전월 대비 38.1% 증가했다. 일본맥주를 제외한 수입맥주 증가율 28.1%를 크게 웃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일본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 '국산'을 애용하자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일본을 대체할 관광지 상품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8, 9월 예정된 일본 여행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80% 줄었다. 모두투어는 8월 이후 신규 예약과 취소 건수를 합친 여행객 순증감 수가 일본의 경우 '제로(0)'라고 밝혔다. 신규 예약이 거의 없고, 그나마 있던 예약도 다 취소되는 바람에 실제 여행객이 없다는 뜻이다. 모두투어는 9월 초 추석 연휴 일본 여행 예약 건수도 지난해 추석 연휴 때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만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근거리 관광지들이 '대체재'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싱가포르와 대만 항공권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52%, 38% 증가했다. 마카오(33%), 홍콩(22%), 블라디보스토크(129%)도 고성장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38% 감소한 일본행 여행자가 이동한 효과로 분석된다.
트립닷컴 역시 베트남 하노이의 7월 항공권 예약량이 전월 대비 43% 급증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40%), 대만 타이베이(37%), 중국 상하이(31%), 인도네시아 발리(30%)도 30%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 역시 불매운동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며 "불매운동 이슈 이후의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일본산 상품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을 빼앗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일본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한 유니클로 매장 전경.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