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韓日 경제전쟁, 기업을 뛰게 하라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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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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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칼럼] 韓日 경제전쟁, 기업을 뛰게 하라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감원장
스포츠 경기 중 국민들의 관심을 가장 끈 스포츠 경기는 단연 한일전이다. 한일전은 언제나 그러하듯, 객관적 전력에 관계 없이 승패가 결정되는 예측불가의 드라마를 연출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열광한다. 한일전은 경기 내용에 관계없이 승패 여부가 국민들의 희로애락을 좌우한다. 한일전 경기에 진 감독이나 선수는 죄인 취급 받는 심정일 수 밖에 없다.

최근 일본 아베 정부가 촉발시킨 한일간 경제 전쟁으로 온 나라가 분기탱천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곳이면 한일간 경제전쟁 이야기로 시끌법석하다.

이번에 아베 정부가 취한 3개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통제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그동안 한국에 대한 치밀한 연구 분석을 토대로 마련된 단계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한지 35일만에 1건의 수출 허가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의 유화책으로 보기는 이르며 대외 명분 쌓기 차원의 속도 조절 전략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제 3, 4의 전략 카드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도 일본의 아킬레스건을 시급히 찾아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기습 공격을 당한 한국의 초기 대응 조치는 감성적 대응에 치우친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 장군, 죽창가, 일본 패망론, 의병, 신흥무관학교 등' 언급은 전략적 대응보다 국민 감성에 호소하는 대응이다. 여기에 서울 중구청장이 명동 일대에 일본 반대 현수막을 무더기로 내걸었다가 국민 반발로 내린 것이나 야당이 제기한 여당 대표의 일식집 사케 논란도 국민의 반일감정만 의식한 코메디 같은 해프닝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징용배상판결 이후 일본의 보복이 예상되었고 실제 그런 조짐이 있었음에도 정부 내에서 이에 대한 사전 대비가 충분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사전대비가 충분했다면, 우리도 이미 마련된 단계적 대응 전략으로 응수함으로써 초기부터 아베 정부의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이기려면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단합하되 감성보다는 이성에 근거해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아베 정권의 의도와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상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까지 전문가 분석에 의하면 아베 정권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 지지 확보를 위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을 구실로 일본내 반한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경제 전쟁을 도발했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재선에 활용하는 트럼프를 아베가 흉내냈을 수도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일, 인도를 주축으로한 태평양 안보 동맹을 추진하는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자국의 군비 부담을 줄이고 무기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일본의 군비 확장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현재로서는 대법원 징용 판결에 대한 한국 측의 협상안 없이는 아베가 공격을 거두어 들일 것 같지 않고 미국의 중재를 통한 문제 해결에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결국 미국을 포함한 국제 여론과 일본 국민들의 여론의 압력을 통해 한국과의 협상에 임하게 하는 것 뿐이다. 따라서 아베 정권이 노린 일본 국민의 반한 감정 증폭이란 덫에 걸려들지 않도 아베 정권과 일본 국민을 분리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일본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하고 일본 관광객을 따뜻이 맞이하는 성숙된 국민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여론전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다. 또한 불매 운동이나 일본 여행 자제 운동도 지자체보다는 민간 차원의 자발적 운동으로 해 글로벌 규범이나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고 국내업체 피해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치르면서도 안보와 같은 동맹 이슈에까지 영향이 파급되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일동맹에 균열이 초래될 경우 한국이 자칫 안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무리를 이탈한 외톨이는 곧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듯이 국민의 생존이 걸린 안보 문제는 경제 문제보다 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이번 한일간 경제전쟁은 아베 정권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GDP나 인구,기술 경쟁력면에서 우위에 있으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처럼 강대국과 약소국이 대결한다고 반드시 강대국이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 전쟁이 길어질수록 일본이 입을 명분과 실리면에서의 타격은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클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확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일본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산업 체인을 훼손시킨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일본과의 상품 교역 수지나 관광 수지면에서 압도적으로 일본이 흑자를 누려왔기 때문에 양국간 교역과 왕래가 위축되면 역설적으로 일본이 입을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간 경제전쟁은 장기화될수록 승패 여부를 떠나 양국 국민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일본과의 경제전쟁까지 치르는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국민들을 안심시키려해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최근 급등하는 환율과 급락하는 증시 등 금융시장 상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손자병법에서 제시하듯이 한일간 경제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본다.

이번 한일 경제전쟁을 계기로 진정한 극일을 위해서는 경제 일선에 뛰는 기업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기를 꺾는 반기업 정책이나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일본이 두려워할 만큼 부품 소재 국산화를 위한 대대적인 정부지원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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