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급인력 ‘젖줄’ 병역특례, 축소·폐지땐 우수두뇌 해외 유출

김택진·김범수·김창욱 대표 등
벤처신화 CEO들 다수 배출
중기 복무비중 75.1% 압도적
1인당 매출 증가 4.6억원 달해
이공계 기피 방지 등 중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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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급인력 ‘젖줄’ 병역특례, 축소·폐지땐 우수두뇌 해외 유출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문연구요원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와 이상민 국회의원(앞줄 가운데)이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감축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감축 철회를 촉구했다. 특별위원회 제공

[기획] 고급인력 ‘젖줄’ 병역특례, 축소·폐지땐 우수두뇌 해외 유출


기술독립 역행하는 '병역특례 축소'
중) 과학·산업 경쟁력 원천이 되 준 '전문연구요원'


우리나라를 '게임산업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카카오톡의 아버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증강현실(AR) 카메라 앱'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김창욱 스노우 대표. 국내 벤처신화를 만들어 낸 이들 창업자들 모두는 과학기술 병역특례 제도인 '전문연구요원 출신'이다.

국내 벤처업계와 스타트업, 과학기술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이공계 석·박사급 우수 인력 대다수가 전문연구요원을 통해 병역의무를 마쳤다. 이들이 국내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와 산업발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연구단절 없이 36개월 동안 전문연구요원으로 기업체 등에서 복무하면서 기술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기, '우수 고급인력 공급지' 역할 커져= 지난해 기준으로 2172개사에 7881명이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다. 이들의 중소기업 복무비중은 지난해 75.1%로, 대기업(6.0%), 중견기업(18.9%)에 비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이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인력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복무하는 전문연구요원의 질적 수준도 높아져 박사학위 비중이 2008년 12.0%에서 지난해 에는 23.8%로 11.8%p 늘어났다. 이공계 분야 우수 고급인력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 진출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기업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도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우수한 인력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소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중소기업의 생산, 고용, 부가가치 유발 효과 측면에서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음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이 분석한 '중소기업 병역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의 매출액 기여도는 동일 임금을 받는 일반 연구개발인력에 비해 평균 2.7% 높고, 전문연구요원 1인당 매출 증가 기여도도 4억59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합치면 전문연구요원 제도 시행으로 2016년 기준 생산유발효과만 1조3247억원, 고용유발효과는 4393명, 부가가치 유발효과 4623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경제·산업적 파급효과가 상당했다.

중소기업의 만족도도 높았다. 중소기업의 85.0%가 전문연구요원의 직무수행 역량에 만족감을 드러냈고, 83.0%는 전문연구요원이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응답기업의 85.1%가 '확대 또는 유지돼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이 제도가 폐지되면 절반 이상이 '인력 부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해 중기업계에서도 전문연구요원 축소에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이공계 기피 및 우수두뇌 해외유출 가속화=과학기술 분야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우수 인재의 이공계 진출 유인책과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 방지 등에 기여해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과 국방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만약 제도가 축소 또는 폐지된다면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수 인재들이 국내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을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공계 진출 기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이공계 전공자도 미래 진로 선택 시 다른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엔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KAIST, 연세대 등 대학원 15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0%가 '전문연구요원이 박사과정 진학 및 연구직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83%는 '전문연구요원이 없었다면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했을 것'이라고 말해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는 역할도 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더욱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통한 기술독립 실현에 전문연구요원의 역할은 한층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기술 관련 단체는 물론 일반 대학, 4대 과학기술원(KAIST, UNIST) 등이 전문연구요원제도 축소 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임지현 전문연구요원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 의장은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감축되면 이공계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중소기업 인력 부족과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도 늘어나는 등 국가 전반에 커다란 피해가 생길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방 경쟁력을 과학기술에 달려 있기에 미래 대한민국과 국가 안보를 위해 이해당사자인 이공계 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들어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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