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 외교적으로 해결… 국제사법재판 땐 더 복잡해져" [신각수 前주일대사에게 고견을 듣는다]

청구권협정과 대법원판결,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두 요소를 타협하는 것이 외교적인 해법
日전범기업·韓정부·수혜기업서 배상금 출연… 中·獨 사례처럼 과거사 문제, 협력으로 해결
韓·日은 자연스러운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어… 양국 지도자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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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문제, 외교적으로 해결… 국제사법재판 땐 더 복잡해져" [신각수 前주일대사에게 고견을 듣는다]
신각수 前주일대사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신각수 前주일대사




 신 전 대사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일은 지정학적 숙명관계에 있다며 서로 포용해야 상생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을 곰곰이 잘 따져보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우리에게 이익이 되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물론 신 전 대사는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우리부터 일제 식민지사뿐 아니라 한일관계사, 일본의 역사를 철두철미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과거 추진됐다 무산된 한일 공동 역사교과서 발행도 다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과 폴란드도 80년에 걸쳐 교과서를 공동 집필했다며 한일도 그 정도의 노력을 기울일 각오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문재인 정부는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와 아베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가 졸속이고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를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언론이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외교부에서도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과 꾸준히 접촉을 했고 하기 전에 내용도 알려드렸어요. 제가 현직 대사를 하기 전부터 불거졌기 때문에 관여를 하고 있었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전부터 문제가 됐었지만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면서 표면화된 거거든요. 그 전에는 김대중-오부치 새로운 한일파트너십에 의해 과거사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 걸로 됐었어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때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정리를 한 번 했고, 2007년에는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개별보상으로 7만여 명 대해서 6184억원인가를 보상을 했습니다. 마무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두 사건이 다시 불거진 거지요.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해 한일 양국 원로들이 나섰습니다. 당시 공로명 전 장관님과 유명환 전 장관님 등이 참여했어요. 일본에서 모리 전 총리, 우리 쪽에서는 이홍구 전 총리가 좌장이 되어 원로들이 논의를 많이 했어요. 그 때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국제관계를 보는 인식 수준이 낮은 건 아닌가요.

 "언론과 교육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과거사 문제를 접근할 때 피해자들을 마음으로 어루만져주고 곤궁한 생활을 국가가 잘 돌봐줘야 하죠. 그렇게 하면서 과거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에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겁니다.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하나는 역사 연구를 해야 합니다. 지금 역사연구가 말이죠, 안 된 얘기지만 일본인이 한 연구가 더 많아요. 우리가 그동안 먹고 살기 바빠서 그런 면도 있지만,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똑바로 하려면 역사연구가 정말 필요해요. 예루살렘에 가면 홀로코스트 희생자 기념관인 야드바?(Yad Vashem)이 있어요. 유대인 학살에 대한 모든 기록을 다 보존하고 있어요. 우리도 그런 걸 해야 되는 거예요. 조선이 망하고 일제 35년 통치 받으면서 무엇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 연구를 많이 해야지요. 그래야 사실에 근거해 해석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사실이 없이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어요? 국가 차원에서 객관적인 연구를 꾸준히 해야 해요. 그 다음 해야 할 일이 교육이에요. 일본의 교과서라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독일과 폴란드가 80년에 걸쳐 공동교과서를 만든 겁니다. 공통의 역사인식을 넓히기 위해 한일간 공통의 역사 교육이 필요해요."

 -한일 공동 교과서 논의가 한때 있었지 않나요.

 "아베 정부에서는 힘들겠지요. 이명박 정부 마지막 부분과 박근혜 정부를 걸쳐 오늘까지 아베정부의 역사수정주의가 오늘날의 역사분쟁을 일으킨 원인도 되고 있거든요. 그로 인해 한국국민들이 일본이 반성을 했지만 진지하지 못하다고 감정을 갖고 있는 거고요. 아베 정부 아래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긴 힘들 것 같아요. 다만 관리는 해야지요.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가 전환기이니까요."

-국제관계는 상대가 있는데요, 우리만 노력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요.

 "양국 국민이 이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냉전기나 탈냉전기나 미국이 주도해서 왔잖아요. 그 안에서 한일, 미일관계가 주어진 거거든요. 그런데 이게 이제 해체되려고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상대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된다고 봐요. 그런 고민은 없고 전부 19세기 말 20세기 초 과거에 몰두해 과거싸움만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최근 무조건적 반일 감정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는데요. 이영훈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반일 민족주의가 이성 보다는 편협한 부족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사회에는 '친일 프레임'이 있어요. 보수건 진보건 친일 프레임에 걸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예요. 있는 대로 봐서 유리하면 유리한 대로 불리하면 불리한 대로 대응하면 되는 겁니다. 씨름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씨름은 내 힘만으로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힘도 이용하거든요. 왜 혼자 자기 힘만으로 하려고 그러나요?"

 -일본의 좋은 점을 배우고 이용하는 취사선택을 하자는 말씀인데요, 사실 지난 50년간 그렇게 해와서 우리가 일본을 이만큼 따라잡은 거 아닌가요.

 "일본을 곰곰이 잘 따져보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경계할 부분도 있지요. 하지만 협력해서 우리에게 이익이 되면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발등 찍는 겁니다."

 -일본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는 감정이 앞서서 사실에 기반한 사고나 대응을 못하는 것 같은데요.

 "지금 한일 간에는 무지 오해 편견이 양쪽 모두에서 잔뜩 끼어 있어요. 무지나 오해나 편견을 없애주는 역할을 시민사회와 언론이 맡아줘야 해요. 어차피 한일 양국은 이사 못 가는 이웃국가예요. 과거 임진왜란이 끝나고 에도막부와 200년 평화를 구축하지 않았습니까,그 어려운 과정에서. 임진왜란 때 우리가 입은 피해와 일제 35년 입은 피해와 비교하면 임란 때 입은 피해가 훨씬 큽니다. 당신 인구의 30%가 죽었어요. 경작면적의 80%가 못쓰게 됐어요. 또 얼마나 일본군이 잔학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교를 재개하고 조선통신사를 보내서 선린외교를 한 거 아닙니까? 그러한 조상들의 지혜를 왜 안 배우냐 이겁니다."

-군이 이달 말쯤 독도 방어훈련을 한다고 하는데요, 연례 훈련이라고 하지만 지금 시점이 미묘하거든요.

"6월과 12월에 했었는데,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때문에 늦춘 것 같아요. 제가 차관으로 막 일을 시작할 때가 2008년 7월이었는데, 그 때 일본에서 독도를 교과서에 기재하는 것 하고 미국 지명위원회에서 과거 독도라 지칭하고 한국영토라고 하는 데서 후퇴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때 제가 주장한 것은 우리가 70년 실효적 지배를 통한 영유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에 분쟁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했어요. 왜? 일본이 원하는 게 국제분쟁화예요. 일본은 센카꾸(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가 불거질 때 중국을 자극하려 하지 않습니다. 독도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차분하게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행사하면 돼요. 우리 경찰이 상주하고 있고 많은 수의 우리 국민도 주민으로 등재돼 있고요. 당시 독도 문제가 터졌을 때 국회에서 지금의 야당 의원들이 왜 해병대 파병하지 않느냐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분명하게 얘기를 했지요. 왜 우리 스스로 군대를 보내서 국제분쟁화하느냐 경찰로서 충분한데. 필요하면 얼마든지 해공군력 이용해서 대응할 수 있다고 했어요. 2006년인가요 왜 독도 해저지명표기 문제로 우리 해경과 일본 해상보안청의 선박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거거든요. 물론 필요할 때 단호하게 대처해야지요."

 -악화된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외교적 해결이 있고 사법적 해결이 있는데요, 사법적 해결은 중재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는 것인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 판결을 안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거든요. 국가간의 관계라는 게 그런 겁니다. 더군다나 식민지배라는 민감한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에 결론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한일 양국은 국교교섭을 하면서 식민지배가 합법이다 불법이다로 팽팽하게 대립했습니다. 결론을 못 내서 1965년 한일협정으로 봉합해놓은 거 아니에요? 그것을 2012년 대법관 파기환송 판결이 봉인을 뜯은 겁니다. 그래서 2018년 10월에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 거고요. 그것을 다시 국제사법기관에 맡겨서 해결한다? 나는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외교적 해결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대법원 배상판결에 따른 후속 논의를 기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외교적 해결을 하려면 대법원 판결 이전의 한국정부 입장을 고려해야 해요. 1965년 협정에 의해 배상은 해결됐다는 해석이었습니다. 그래서 1975년과 2007년 두 번 보상을 해준 거예요. 반면에 대볍원 판결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존재해요. 우리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해요. 그 점을 감안해야 돼요. 외교적 해결이라는 것은 이 두 가지를 타협해야 돼요. 일본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청구권협정이고 우리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대법원 판결입니다. 이 두 개의 요소가 다 들어가야 돼요. 대법원 판결에서는 일본기업, 65년 협정에서는 한국정부가 보상의 주체가 되는 겁니다. 거기에 일제 강제동원피해자 재단이 있는데, 그 재단에 포스코가 30억원씩 두 번 60억원을 내놓은 적 있어요. 어쨌든 청구권 자금 5억 달러로 경제개발을 시작했고 그것을 토대로 포스코를 설립했고 소양강댐 건설,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도 썼잖아요. 그로 인해 수혜를 입은 한국기업들이 출연하라는 거지요. 그렇게 되면 한국정부, 한국기업, 일본기업 3자가 돈을 내서 해결하는 겁니다. 지금 소송 당사자가 1000명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 중 사실관계로 배제될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 사람들에게 보상이든 배상이든 그에 따른 규모를 정해져야 해요. 규모가 정해지려면 두 가지 팩트가 결정돼야 해요. 하나는 시효, 언제 시효가 시작되는가, 그리고 시효가 만료 됐는가 따져야지요. 그리고 과거 두 번에 걸쳐 보상할 때 받았던 사람은 제외해야겠지요. 또 문제 되는 것은 상속 문제입니다. 유가족에게 상속이 되는가도 따져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보상을 매듭지으면 됩니다."

 -대사님이 말씀하신 그 1+1+알파 또는 2+1이 일본기업을 포함하는 방식인데, 일본이 동의할까요.

 "일본정부가 다 끝났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완고할 거예요.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라는 현실에 부닥뜨린 한국정부의 입장도 고려해야지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강제징용 노동자를 사용했던 일본 기업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부담을 한 게 없어요. 일본 정부만 5억 달러를 내놓은 겁니다. 일본이 중국에 보상을 한 경우는 있어요.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 최고재판소가 화해 권고를 해서 미쓰비시 머터리얼, 가지마건설, 니시오카건설 등이 재단을 만들어 중국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줬어요. 독일에서는 유대인과 동구의 강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독일 정부가 50억 마르크, 지멘스 등 강제노동 사용 독일기업들이 50억 마르크 총 100억 마르크를 조성해서 배상을 했어요. 대신 이들이 미국에서 제기했던 소송을 모두 취하했어요. 물론 우리와 상황이 똑같진 않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사 해결은 서로 협력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일 간에는 독일과 같은 해결방법을 원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한일 간에도 전에 비슷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어요. 사할린 교포 귀국할 때 토지를 우리가 대고 건물 짓는 비용, 항공료 등은 일본이 대는 방식으로 해결했어요. 그런 식으로 이번 강제징용자 문제도 어쨌든 대법원 판결이라는 현실적 벽이 있으니까 일본도 한 걸음 양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것처럼 교섭 과정은 쉽지는 않겠지요."

 -앞으로 이 국면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앞으로 대승적으로 냉정하게 일본의 문제점을 지적하되 감정을 부추기는 수사가 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본이 우리에게 취한 행동에 대해서는 우리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고요. 가급적이면 일본 천황 즉위식 때, 물론 그 때까지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지만, 축하사절이 가는 게 좋아요. 축하해 줄 때는 축하해주는 것인 나중에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니까.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국이 이 갈등국면도 지나가지 않겠습니까. 다만 너무 상처가 깊게 남아서 전과 같은 우호관계가 복원되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양쪽 지도자들이 국민을 이끌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또 관계 악화가 워낙 장기간 지속되다보니까 국민감정으로 천착이 되어버려가지고 문제가 해결된다 해서 바로 좋아지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일은 자연스러운 전략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양국 지도자들이 노력을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증거가, 젊은이들은 한일관계가 나빠지더라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점은 희망적이지 않나 싶어요. 한일관계는 문제가 생기면 양약으로 치료를 하고 장기적으로 체력을 보강하는 한방적 처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방조치라고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양국간 청소년, 지방, 문화교류지요. 양국 시민사회가 자각을 하고 정치권을 자극해서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들이 나타나 한일관계가 전환기에 서로 상생하고 공동 번영하는 관계로 나아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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