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의 저축성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 100명 중 4명만이 카드로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카드수수료 탓에 보험료의 카드 납부를 꺼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나서 보험료 카드 납입 확산을 추진했으나 카드업계와 보험업계의 이견 탓에 이마저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15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저축성 보험료의 카드납입 건수 비중은 전체 납입 건수 855만9914건의 4.6%(39만5640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장성 보험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보장성 보험의 전체 카드납입 건수 1억9648만567건 중 카드납입 건수는 12.4%(2441만7687건) 수준이다.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료의 카드 납부를 꺼리는 탓인데, 그 이유는 카드 수수료에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료 원가에 카드 수수료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 무조건 카드 납입을 허용할 수 없다"며 "특히 저축성 보험 경우 평균 금리가 2~3% 수준이다. 보험료를 받아 운용 후 금리를 줘야 하는데 2% 초반대의 카드 수수료 내게 되면 해당 금리를 맞추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즉, 굳이 카드사라는 유통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 납부를 가능하게 하려면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카드사들은 보험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요구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준으로 카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것"이라면서 "주유소 등과 같이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업종을 대상으로 적격 비용을 차감 조정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보험 상품 가입에 대해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해당 사안을 두고 금융당국 차원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말,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주도로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소비자가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보험금의 납부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의 결제 편의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협회와 업계 등 관계자들로 구성된 '보험료 카드납 확대 TF'까지 꾸려졌지만 보험사와 카드사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좌초됐다.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방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보험료 카드 납부를 재추진하고 싶다면 보험료 원가에 카드 수수료율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를 통해 현금 수납자와 카드 수납자의 보험료에 차등을 두도록 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주현지기자 j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