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한국 `노딜 브렉시트` 대비책 있나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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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한국 `노딜 브렉시트` 대비책 있나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한일 경제전쟁 만큼이나 유럽도 브렉시트(Brexit) 이슈로 뜨겁다. 지난 2016년 6월 EU 탈퇴 결정을 내린 영국의 '이혼날짜'가 코 앞에 다가왔는데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떠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갈라서더라도 한몫 챙겨서 나가려는 영국과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 EU가 단단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4일 '한 지붕 네 가족' 연합왕국인 영국의 총리직에 오른 더벅머리 보리스 존슨. 그의 등장으로 과도기 없이 영국이 EU를 당장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존슨이 밀어붙이는 '노딜 브렉시트'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영국이 분열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미래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혼돈의 아시아를 비롯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미증유의 새로운 국제질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국제질서를 규정해온 규칙과 정책, 제도와 관행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의 설명대로 새로운 운영체제가 접목될 '세계질서2.0'이 도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일본의 아베 등에 이어 이에 유사한 존슨 영국 총리까지 스트롱맨들의 전성시대다.

영국이 펄펄 끓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로 자칫하면 영국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영국'(United Kingdom)이란 이름 아래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 4개 지역이 함께해온 불안한 동거가 존슨 총리의 '노딜' 드라이브를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당장 전통적 라이벌관계인 스코틀랜드가 벼르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2021년까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한다면 영국은 EU의 단일 시장과 단일 세관, 즉 회원국 간 통상 교역의 편의를 위해 통관 절차와 수입 상품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주는 합의에서 즉시 떨어져 나오게 된다. 완전한 이혼인 셈이다.

우리나라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노딜 브렉시트를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EU 우산 아래 누리던 관세 특혜가 사라져 영국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도 애를 먹게 된다. 유엔 직속 기구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브렉시트에 들어가면 한국은 영국에 대한 수출액이 2018년의 14%에 해당하는 7억1400만 달러(약 81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사에서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의회에서 세 번이나 부결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을 따랐다면 영국은 21개월 간의 과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실현됐다면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양쪽이 통상 무역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 영국산 상품을 유럽에서 팔 때 다른 나라 상품과 같이 즉시 관세가 붙게 된다. EU 상품이 영국으로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로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한다. 노딜 브렉시트로 교역에 혼란이 발생한다면 일부 식량 가격이 인상될 것이다. 회원국 국민은 공공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유럽건강보험카드(EHIC) 역시 효력이 사라진다. 나아가 아일랜드 국경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영국판 트럼프' 존슨 총리는 톡톡 튀는 언행으로 유명하다. 지지층엔 매력을, 반대층엔 거부감을 명확히 뿜어내는 캐릭터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다. 정제되지 않는 언어를 구사하며 정치적인 파워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이웃나라를 아랑곳하지 않는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점도 얄밉게도 똑같다. 존슨 총리는 어딘가 빈틈이 많고 좀 모자라는 듯한 모습과는 달리 영국 최고의 학력을 갖췄다. '괴짜 정치인'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의원시절 헝클어진 머리를 휘날리며 출근하면서 동네 아저씨의 모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정 정책에 대해선 보수적인 강경론자이지만, 영국 국민은 이런 그를 더 친근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브렉시트 묘수가 있을까. 마감시한은 10월 31일이다. 연합왕국 영국이 분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슨은 영국의 마지막 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운명의 날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영국이 상처 없이 홀로서기에 성공할까. 카를 마르크스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영국이 비극의 시대를 열지, 희극의 시대를 열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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