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1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34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서울 아파트값을 진정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정부가 내놓은 상한제는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비강남권까지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자 이를 빨리 진정시키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11월 둘째 주 이후 32주 연속 하락했다가 올 들어 지난 6월 넷째 주 보합을 거쳐 7월 첫째 주부터 34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투자 수요가 집중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인근 지역 신축 아파트로 퍼지면서 집값 바닥론까지 나왔다.
지난 6월 넷째 주 0.01%로 반등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직전 주 대비)은 이달 첫째 주 0.05%까지 뛰었고 강북 14개 구도 같은 주 0.03%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이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 반등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은 상한제 적용을 위한 청약 경쟁률 요건도 만족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6월과 7월 청약 경쟁률이 평균 10대 1을 웃돌았다. 이 때문에 주택법 시행령이 발효되는 10월 초까지 청약경쟁률과 분양가 변동을 다시 검토하더라도 서울은 정량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량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모두 상한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정성적 평가에 따라 지정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상한제가 시행되면 현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분양가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현 시세보다 20∼30%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준으로 볼 때 상한제를 적용하면 10% 이상, 시세 기준으로는 20∼30% 이상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강남 등 일부 지역별, 단지별 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도 아파트 시세가 높은 강남의 경우 분양가 인하에 따른 타격이 클 전망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HUG 기준보다 10∼20% 이상 하락하면 시세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후분양으로 전환했던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래미안라클래시)의 경우 HUG는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 수준인 3.3㎡당 4569만원에 분양할 것으로 요구해왔다. 이 단지는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HUG 요구에서 분양가가 15%만 내려간다고 가정해도 일반 분양가가 3.3㎡당 3883만원으로 하락한다. 이 아파트 주변 시세가 3.3㎡당 6500만∼7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하는 셈이다.
둔촌주공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당 4000만원대인데 상한제를 적용하면 일반분양가가 3.3㎡당 2500만원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인위적 분양가 통제로 재건축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지게 된 서울 정비사업 단지들의 반발과 불만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같이 택지구득난이 만성화된 지역은 장기적으로 정비사업 이익감소가 주택공급 위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수요·공급 교란이 장기 집값안정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내 공공임대주택 확보나 서울 등 수도권 3기 중소택지 조기 공급 등의 안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정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상한제 적용 요건을 대폭 낮춘다. 상한제 적용지역 지정기준 개선 전후 비교표.<국토부 제공>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서울 전역에 적용하기로 했다. 정밀 타격이 예상되는 강남권 은 재건축 공급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잠실주공5단지 전경.<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