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디지털전쟁에서 지면 끝장이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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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디지털전쟁에서 지면 끝장이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지난 5일 중동의 요충지로 꼽히는 바레인의 국가정보국과 내무부 등 주요 정부 조직이 강력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바레인 수전력청과 대표 산업체가 고강도 해킹에 노출됐다. 공격의 배후로는 이란이 지목됐다.

미국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이란이 미 동맹국인 바레인의 국가 핵심 시스템 타격을 시도한 것. 미·중·러는 냉전을 종식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상시 대치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 에너지·수도·공항 등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왔다. 미국은 러시아 전력망에 침투해 무력화할 수 있는 악성코드를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미·중 갈등도 디지털 전쟁의 연장선 상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간 디지털전쟁이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말한다. 디지털전쟁은 과거 방식보다 가성비가 높다는 강점이 있다. 국경을 넘을 필요 없이 상대국에 타격을 주는 공격 경로도 다양하다. 한번 침투하면 수년 간 작전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성도 특징이다. 국가·사회시설 뿐 아니라 핵심 산업시설도 중요한 공격 대상이다. 사설 해킹조직을 동원해 선거, 국민 여론 등에 영향을 주는 심리전도 동원된다. 사실상 지구촌 전체가 상시 전투시대를 맞은 것이다. 중요성을 인식한 미·일 등 선진국은 사이버사령부 등 컨트롤타워를 조직해 대비하고 있다. 북한은 대규모 해킹조직을 두고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정보 탈취, 댓글공작,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탈세계화와 신냉전이 급격히 가속화되면서 디지털전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제전쟁에서 시작한 국가간 갈등이 디지털 실력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디지털 방어력이 없는 나라는 적이 어디서 어떤 무기로 공격해 오는지 파악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혼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화에 앞서 있는 우리나라는 위험성이 크다. 최근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조직이 자유한국당 몇몇 의원실에 해킹 공격을 가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화의 양과 속도에 치중한 반면 질과 안전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화재로 유사시 대통령이 주요 부처, 한미연합사령부 등과 연결해 전쟁을 지휘하는 군 내부망인 합동지휘통제체제가 불통된 것은 국방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남태령 벙커와 청와대, 국가정보원 등을 연결하는 정보망인 군사정보통합시스템도 사흘간 작동하지 않았다. 매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같은 상황에서 대체망을 실시간 가동해 피해가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국방부는 보안솔루션을 최저가에 구매한다. 국방부와 거래한 IT기업들은 낮은 예산에 모호한 전략 제시 때문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거나 수년간 소송을 벌이는 게 비일비재하다. 국방부 첨단 무기체계 개발에 참여한 방산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국방부뿐만이 아니다. IT기업들은 정부가 아직 예산절감 논리에 치중해 기업들이 사업할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디지털에 대한 의존도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예산이 모든 문제의 출발이다. 솔루션 구매, 시스템 개발, 유지보수, 인력 투입 전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을 쥐어짜고 있다.

반면 일본에 SW를 수출한 한 기업 대표는 발주처가 기술개발 비용까지 줘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발주처가 IT기업과 갑을이 아닌 장기 파트너 관계를 이어간다. 발주처 입장에서도 그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한 SW기업 대표는 이대로 가면 SW는 물론 전체 산업·국가 경쟁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자국 디지털 산업이 망가진 나라는 디지털 전쟁 시대를 맨몸으로 맞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아베쇼크'에서 시작된 경제갈등의 전선도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어지러운 시대에 최소한의 국격을 지키기 위해 거버넌스부터 예산, 인식까지 총체적으로 새로운 '국가 디지털 비전'을 그릴 때다.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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