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금융통 '시장안정' 방점
'소비자보호' 중심 금감원과 대조
키코·금융교육 등 추후과제 산적
'소비자보호' 중심 금감원과 대조
키코·금융교육 등 추후과제 산적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9일 내정되면서 향후 정식 취임하게 될 경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금융당국 간 관계를 새롭게 정립시킬지 주목을 끌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는 키코(KIKO) 분쟁조정, 금융사 종합검사 부활, 특수사법경찰(특사경) 등 사사건건 의견 충돌을 겪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키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에서 환율이 급등했을 때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다. 이에 윤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키코 재조사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키코가)분쟁조정 대상이 될 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아직 금감원은 키코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금융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제3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올 4분기 진행될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예비인가는 금융 혁신 분야에서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지난 5월 2개사 이하에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감원 산하 자문기구 외부평가위원들이 혁신성과 안정성이 미흡하다며 모두 탈락시켰다. 최 위원장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평가 결과와 심사 결과를 듣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이 생각보다 느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인터넷은행의 확산이 더디면서 시중은행들이)디지털전환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1사 1교 금융교육'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1사 1교는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금융사 영업점 직원들이 인근 초·중·고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뒤 각각 금융 체험 교육, 방문교육 등을 실시하는 금융교육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부터 민간기관을 통해 '금융교육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교육은 민간 금융사와 관을 중심으로 산별적으로 실시 돼 왔는데 교육에 통일성이 없고, 실효성도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양 기관 간 충돌은 금융당국 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이에 더해 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과 개혁적 성향의 학자 출신인 윤 원장은 주요 현안마다 생각이 달랐고, 두 사람의 굽히지 않는 성격과 맞물려 갈등으로 표출됐다.
반면 은 후보자는 네트워크 형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1948년생인 윤 원장과 1961년생인 은 후보자는 연배 차이가 상당한 편이다. 게다가 은 후보자 역시 최 위원장처럼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시장안정'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윤 원장을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관료 집단에서 자유로운 학자 출신만이 진심으로 금융 피해자들 편에 설 수 있다"며 "관료 출신 위원장들은 은행들의 호위무사 역할만을 자청했다"고 주장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