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문재인 정권은 오합지졸인가?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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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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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칼럼] 문재인 정권은 오합지졸인가?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일본의 경제보복에 오합지졸이 되면 안 된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은 중구난방이다. 대통령은 남북경협으로 평화경제를 실현해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했다. 집권 여당의 일본경제침략대응특별위원장은 일본 여행 금지를,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한일군사정보협정 파기를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20대 핵심소재부품의 기술자립을 단 1년 안에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율도 안 된 주장을 당·정·청이 제각각 하는데다 모두 다 현실성이 낮기에 시장은 냉담했다. 주가는 폭락해 매매호가를 일시 제한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었고 원화 가치도 떨어져 환율이 1,200원의 벽을 넘어섰다.

문 대통령은 위 아래로부터의 위협을 자초했다. 그러나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있다. 북한은 문 대통령 희망과 정반대로 미사일에다 신형 무기까지 수시로 쏘아 올리면서 안보를 위협한다. 발사체의 정체도 모르는 군사정보력을 조롱하면서 한국을 겨냥했다고 암시한다. 일본은 한국에 수출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유출되었다고 주장했다. 남북경협과 평화경제로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말은 한국이 일본의 안보를 흔든다는 의심만 키우기 십상이다. 경제보복의 수위를 더 높이고 다른 영역으로 보복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진다. 큰 소리만 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국은 경제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보다 한국을 잘 안다는 일본은 한국에서 근무했던 베테랑 외교관들을 서울에 집결시켰다. 한국의 동태를 파악해 대응 전략을 짜고 경제보복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을 잠재우도록 본격적인 외교전쟁을 준비하는 듯하다.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들끓어도 일본은 느긋하다. 반면, 일본을 잘 아는 한국의 베테랑 외교관들은 적폐로 몰렸다. 친일세력으로 몰릴까봐 유능한 인재는 일본 근무를 기피한다. 물밑 대화는 끊어지고 일본의 동향을 파악하고 전략을 분석할 능력도 잃었다. 일본이 경제보복 해놓고 견디지 못할 거라는 아전인수식 뉴스가 판을 치니 만용이 득세한다.

한국은 경제보복 외교에서 참패했다. 일본은 경제보복하면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고 미국에도 미리 손을 썼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해결할 일이라며 발을 빼고는 이 와중에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이상 올리겠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미래를 보고 힘의 논리에 따라 현실주의 외교를 한다. 전략을 먼저 세우고 행동에 들어가 치밀하게 움직인다. 반면, 문 대통령은 역사와 민족에 매달린 이상주의 외교를 한다. 국제사회 변화에 둔감하고 일이 터진 다음에야 대책을 찾는다. 그러나 대책은 선거를 의식한 국내용이라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려면 국가전략의 큰 그림을 가지고 전면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중국의 사드보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큰 이유는 최종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소재·부품 등 중간재 제조 기술을 일본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술개발 자금지원 늘리고 화학물질 관리나 평가에 대한 규제를 조금 푸는데 그쳤다. 가장 중요한 노동규제 문제는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 연구개발 노동과 공장 노동을 똑같이 취급하는 근로시간제도로는 한참 뒤떨어져 있는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가 없다.

세계는 기술안보시대에 와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국과 중국의 싸움도 기술력이 경제는 물론 국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술자립을 위해 한국의 기술인재도 빼가고 있다. 전 세계의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만인(萬人)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과 정면충돌을 불사하면서 핵심 기술을 가진 외국 기업을 사들이고 여의치 않으면 기술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무시무시한 변화의 시간에 잠을 자고 있다. 한국은 자본이 떠나고 인재가 떠나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한국은 오합지졸이 아니다. 기술 불모 국가를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성장시킨 저력이 있다. 그러나 문 정권 핵심들은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였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지금은 일본에게, 나중에는 중국에게 보복당하는 불쌍한 나라를 만든 죄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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