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에 2개 바이(1214.9원에 200만 달러 사겠다)."
"던!"
7일 오후 3시28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2층 딜링룸 곳곳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장 마감을 앞두고 외환 거래를 하려는 고객들의 전화다. 고객의 전화를 받은 딜러들이 호가를 외치고 거래가 성사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어제와 그저께는 장난 아니었어요. 거래도 많았고 문의도 많았습니다."
한 딜러가 거래를 완료하고 한숨을 내뱉듯이 말을 했다. 말을 하면서도 딜러의 시선은 7개의 모니터를 쉼 없이 훑었다. 딜러의 시선이 꽂힌 모니터에는 'US dollar intervention(미국 달러 중개)' 사이트와 시시각각 변하는 그래프, 숫자를 입력하는 시스템 등이 각각 나타나있었다.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와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으로 지난 5일과 6일 우리 외환시장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7.3원 급등한 달러당 1215.3원에 마감했고, 다음날인 6일엔 1220.0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직후 1223.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행히 이날은 '소강상태'라는 게 딜러들의 평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0.4원 내린 1214.9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이미 미중 환율전쟁의 포성은 울렸고, 환율 상승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딜러들의 평가다. 환율 상승 가능성에 1245원까지 상단을 열어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어제도 빠졌다가 보합권으로 갔고 오늘도 보합권인데,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상승압력이 높아 상단을 열어놓고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속도다. 여러 사건이 단계적으로 나타났으면 1200원대 접근은 연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워낙 빠르게 다가오니까 2분기 들어서자마자 충격적으로 빨리 도달했다. 상단을 어디까지 열어야 되느냐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요동치는 환율에 정부는 긴급 회동을 갖고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가졌다. 홍 부총리는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며 "외환시장이 쏠림 현상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준비된 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6일 금융·외환시장상황을 점검하고 "일본 수출규제에 더해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의 안정, 특히 외환 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 관리는 콜금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급준비금 시장의 자금을 여유롭게 관리하면서 필요 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사실상 구두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 수석위원은 "외환당국은 환율은 1200원 정도를 하향하는 수준에서 환율이 결정돼야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외환당국 입장에선 외부 영향요인까지 판단해서 보면 1190원대 중반까지는 하단을 열어놓고 1240원까지 열려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외부요인이 워낙 크게 발현돼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 가능성이 높으니까 어제 장 초반 외환당국에서 개입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시장에서 일본 수출 규제 요인은 미미하다는 게 딜러들의 판단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한일 수출 갈등까지 포괄적으로 영향을 준 상황이라고 서 수석위원은 말했다.
이날 기자와 만난 한 채권 담당 딜러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전 세계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가고 있어서 국내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매수 우위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불확실해도 국내 펀더멘탈을 외국에서 인정해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양상을 보이진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던!"
7일 오후 3시28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2층 딜링룸 곳곳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장 마감을 앞두고 외환 거래를 하려는 고객들의 전화다. 고객의 전화를 받은 딜러들이 호가를 외치고 거래가 성사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어제와 그저께는 장난 아니었어요. 거래도 많았고 문의도 많았습니다."
한 딜러가 거래를 완료하고 한숨을 내뱉듯이 말을 했다. 말을 하면서도 딜러의 시선은 7개의 모니터를 쉼 없이 훑었다. 딜러의 시선이 꽂힌 모니터에는 'US dollar intervention(미국 달러 중개)' 사이트와 시시각각 변하는 그래프, 숫자를 입력하는 시스템 등이 각각 나타나있었다.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와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으로 지난 5일과 6일 우리 외환시장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7.3원 급등한 달러당 1215.3원에 마감했고, 다음날인 6일엔 1220.0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직후 1223.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행히 이날은 '소강상태'라는 게 딜러들의 평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0.4원 내린 1214.9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이미 미중 환율전쟁의 포성은 울렸고, 환율 상승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딜러들의 평가다. 환율 상승 가능성에 1245원까지 상단을 열어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어제도 빠졌다가 보합권으로 갔고 오늘도 보합권인데,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상승압력이 높아 상단을 열어놓고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속도다. 여러 사건이 단계적으로 나타났으면 1200원대 접근은 연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워낙 빠르게 다가오니까 2분기 들어서자마자 충격적으로 빨리 도달했다. 상단을 어디까지 열어야 되느냐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요동치는 환율에 정부는 긴급 회동을 갖고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가졌다. 홍 부총리는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며 "외환시장이 쏠림 현상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준비된 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6일 금융·외환시장상황을 점검하고 "일본 수출규제에 더해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의 안정, 특히 외환 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 관리는 콜금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급준비금 시장의 자금을 여유롭게 관리하면서 필요 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사실상 구두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 수석위원은 "외환당국은 환율은 1200원 정도를 하향하는 수준에서 환율이 결정돼야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외환당국 입장에선 외부 영향요인까지 판단해서 보면 1190원대 중반까지는 하단을 열어놓고 1240원까지 열려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외부요인이 워낙 크게 발현돼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 가능성이 높으니까 어제 장 초반 외환당국에서 개입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시장에서 일본 수출 규제 요인은 미미하다는 게 딜러들의 판단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한일 수출 갈등까지 포괄적으로 영향을 준 상황이라고 서 수석위원은 말했다.
이날 기자와 만난 한 채권 담당 딜러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전 세계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가고 있어서 국내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매수 우위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불확실해도 국내 펀더멘탈을 외국에서 인정해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양상을 보이진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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