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페미사이드(Femicide)'가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운전기사가 여성 승객을 태우는 '페미 택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페미택시는 운전기사와 승객 단 2명만 있더라도 서로 안심할 수 있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페미택시는 스마트폰 앱으로 등록한 여성만 이용할 수 있다. 승객은 사진을 등록해야 하며 운전기사는 신분증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여성전용 택시 앱을 개발한 건 상파울루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샤를르 앙리(29)다.
그는 "혼자 탔을 때와 애인과 같이 탔을 때 남성 운전기사의 태도가 전혀 다르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 승객과 여성 운전기사를 연결해주는 앱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개발을 시작, 2016년 12월 페미택시를 발표했다.애초 대상지역은 상파울루시 뿐이었지만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인근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여성 운전기사 7000명이 등록하고 있고 이용자는 10만명 정도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등장해 운전기사가 모자라는 상황이다.
브라질 남부 쿠리치바에선 2014년 여성 택시 운전사가 승객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에는 여성 승객이 남성 운전사에게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다.
브라질의 살인사건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비영리법인 '브라질공안포럼'에 따르면 2017년에는 6만5000건을 넘어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여성이 피해자인 살인사건은 4936건으로 전년 대비 6.3% 늘었다. 포럼 측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하는 '페미사이드' 증가가 여성 살인사건 증가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페미사이드는 1133건으로 전년 대비 21% 급증했다. 성폭행 사건도 전년보다 8% 증가한 6만건을 넘어섰다.
페르난다 마쓰다 상파울루 국립대학 교수는 "2000년대 들어 브라질에서 여성권리운동이 확산해 가정폭력 방지 법률이 마련됐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아직 뿌리깊다"고 말했다.
페미사이드 통계를 보면 백인 여성에 비해 흑인여성의 피해가 많다. 일반적으로 흑인층은 교육과 소득수준이 백인에 비해 낮다. 마쓰다 교수는 "흑인여성이 사회 한구석으로 밀려나 폭력이 있는 곳을 피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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