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왜 그들은 異常행동을 하나

이규화 논설실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규화 칼럼] 왜 그들은 異常행동을 하나


하필 바캉스 피크기에 환율 폭탄이 터졌다. 일본 수출규제 선언 이후 원화가치는 53원 가량(4.6%) 폭락했다. 수출이 8개월째 급락하고 GDP 상장률 전망은 당초보다 절반 가까이 잘려 나갔다. 금융 및 실물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분야에서 수년 또는 수개월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마치 롤로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난폭운전도 이런 난폭운전이 없다. 더 화나는 것은 집권여당이 이런 국민들 심경은 아랑곳 않고 문제를 키우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에 더해 도쿄를 여행위험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한다. 급기야 1965년 체제(한일기본조약)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 사태를 거슬러올라가면 작년 10월 대법원 징용자 배상판결에 닿는다. 54년간 한일관계의 기반이었던 한일청구권협정을 부정하는 판결이 나자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에 논의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에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 한일 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터졌는데 왜 문재인 정부는 응하지 않았을까. 충격적 판결이었지만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외교부가 내놓은 설명은 사법부 판결에 행정부가 간여할 수 없어서였다. 나중에 닥칠 후폭풍 치고 대처는 너무나 안이했다. 고의로 방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법부 판결과 별개로 한국 정부는 이미 강제징용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배상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원고들에게도 배상할 근거가 충분했다.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위원으로 참여한 민관공동위원회는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자금 3억 달러에 강제징용 보상금이 포함됐다는 실질적 결론을 냈었다. 전례가 있기에 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원고들에게 배상을 하는 방안을 일본정부와 협의하면 그만이었다. 의외로 쉽게 끝날 문제였다. 위안부파기 선언과 우리 해군함정의 사격조준레이더 조사 논란 등으로 벌어진 한일 관계도 변곡점을 맞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문제를 키운 꼴이 됐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런데 그 연원을 파고들어가면 거기엔 '양승태 사법농단'이 있다. 문 정부는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인 사법농단의 근거가 와해될 것이란 우려를 했을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죄목은, 2012년 5월 김능환 대법관이 청구권협정과 별개로 개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파기환송의 재상고심을 박근혜 행정부의 의견을 듣고 계속 늦췄다는 혐의다.

박근혜 외교부가 한일관계에 미치는 심각성을 알아채고 의견서를 대법원에 낸 것을 빌미로 사법거래를 했다는 것이 양승태 사법농단의 골간이다. 이는 국제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행정부의 의견을 듣는 '사법자제' 원칙이 엄연하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 대법원장과 당시 박근혜 정부가 외교적 파탄을 막고 원고들에 대한 배상방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 한 것을 사법거래로 본 것이다.

문 정부가 배상을 하게 되면 박근혜의 탄핵과 더불어 사법농단 프레임까지 씌움으로써 상대적으로 현 정부의 도덕적 우월성을 부각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양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을 들어 처벌할 논리와 법리도 허물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당시 대처가 불가피하고 현명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박근혜를 실패한 대통령에 사법부와 거래한 반 헌법적 행위의 당사자로 낙인찍는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문 정부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법거래'라는 올가미를 계속 씌워놓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일 갈등의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문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사법농단'의 정당성을 잃으면 안 된다는 집권세력의 강박증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말고는 대법원 징용판결에 따른 일본의 집요한 협의 요청을 뭉갤 타당한 이유가 없다. 물론, 반일 프레임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집권세력의 전략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