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韓日갈등 국제중재로 해결해야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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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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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칼럼] 韓日갈등 국제중재로 해결해야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은 과거사 반성에 인색한 일본측 책임이다. 그래도 무역보복 형태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은 우리 정부 책임이 크다. 일본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라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일본 당국자들이 미리 무역보복을 공언했었는데도, 우리 정부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및 집행을 위한 정치적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한 후 보복을 막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인 국제중재 절차를 방기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마지노선은 우리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및 집행을 국제중재로 회부해서 그 국제법적 정당성을 가리자는 것이다. 이건 객관적으로 합리적 해법이다.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가 바로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이미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관한 분쟁을 국제중재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재회부 여부에 합의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의무적으로 국제중재가 진행되는 것이다. 청구권협정 제3조의 문구가 그렇게 말하고 있고, 그 협상 배경을 알 수 있는 '청구권의 해결 및 경제협력의 증진을 위한 협정요강'을 보더라도 "협정실시 및 해결에 관한 분쟁은 일괄적으로 외교경로를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3인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토록 하고 그 결정은 양국 정부를 구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협정에 정해진 중재위원 선임 기한을 무시하며 국제중재 이행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은 한일협약 체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기에 일본, 그리고 미국 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약 자체를 미리 파기선언 한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래서 국제중재로 이행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일본이 통상보복 카드를 꺼내든 것이 현 사태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아베 정부가 한국 정권을 교체시킬 의도로 무역보복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선전해대는 대중심리전까지 동원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은 40년 전의 선동정치로 회귀하는 듯하다.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및 집행에 대해 삼권분립의 헌법 원칙상 행정부가 사법에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논리가 국내 정치적 수사를 넘어 대외적으로 공식 제시되는 정부의 입장이라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헌법을 보더라도 국제조약을 무시하면서까지 형식적인 삼권분립을 준수하라는 말은 없다. 오히려 헌법 전문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선언하고 있고,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일청구권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것이어서 청구권협약을 위반하며 국제중재로 이행하길 거부하는 정부의 결정이 협약은 물론 국내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중재가 한 국가의 최고법원 판결내용의 국제법 합치성을 심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행정부의 조치, 입법부의 입법행위, 사법부의 최종판결 모두 '국가 행위'(state action)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국가행위의 국제책임(state responsibility)을 국제중재나 재판을 통해 심사하는 것은 수백년 동안 형성되고 UN헌장 및 국제사법재판소규정 체제가 성문화한 국제법 원칙이다. 미국 법원 판결조차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재판받은 경우가 여러 번 있다(LaGrand, Breard Cases 등). UN회원국으로서 국제 책임을 국제중재에 의해 해결하도록 미리 조약으로 약속해놓은 상태에서 이를 무시하고 버티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비이성적인 일탈행위로 간주될 뿐이다.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청구권협정 제3조도 양측이 중재위원을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제3국에 중재위원 임명을 위촉하게 되어 있는데, 이제 와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중재를 부탁하는 것은 결국 제3국 위촉의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럴 거면 애초부터 청구권협정 상의 중재절차를 수락하고 문제를 정식으로 해결해나갔어야 하는 것이고(지금이라도 이러한 해결방식을 깨끗이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그랬으면 우리 기업들이 입은 피해와 불확실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토착 왜구'니 '친일분자'니 하는 정치프레임 놀음을 중단하고, 지금 즉시 국제중재 결과에 승복하는 대가로 무역보복을 중단하는 내용의 패키지 딜에 합의토록 해야 한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지배하는 국제사회 속에서 진정한 극일(克日)은 비이성적 심리전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 40년간 온 국민이 쌓아올린 글로벌 한국의 모습까지 망가뜨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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