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3% 룰` 당장 바꿔라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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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3% 룰` 당장 바꿔라
"통상 지분 1%당 500만~1000만원씩 단가가 매겨져 있어요. 10%면 1억원이죠. 감사선임 결의는 해야하지만, 당장 실적 부진도 우려되는데 1억원이 어디 적은 부담인가요."

최근 만난 한 코스닥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런 얘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는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감사선임에 실패해 이번에 재도전에 나선다. 그런데 이번 역시 쉽지 않다고 하소연이다. 감사선임 결의를 위한 의결권은 절실한데 위임장 확보가 어려워서다. 지분 위임장 확보를 직원들에 독려하며 포상을 걸었지만 주52시간근무제로 워라밸 역행이라는 비난을 살까 우려된다. 결국 성업 중이라는 의결권 대행업체를 찾아갔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3 % 룰에 대한 상장사의 부정적 인식이 거세다. 상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57세 해묵은 상법이 국내 상당수 상장사 고민을 키우고 있어서다. 문제가 되는 것은 '3% 룰'이다. 1962년 제정된 상법에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 선임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주총을 열기 위해서는 대주주 포함 전체 발행주식의 25% 이상의 주주가 참석해야 한다. 감사선임 결의는 이중 절반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이 얼마가 되더라도 의결권 행사를 3%로 제한하고 있어 나머지 22% 주주 의결권이 필요하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 여파도 크다.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을 열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주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여 주주의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대신 행사토록 허용하는 제도인데 지난 2017년 말 최종 폐지되며 예고했던 주총 대란을 부추겼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2020년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될 상장사는 대략 400곳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체(1933개)의 약 20%다. 아니, 누적분이 많아 얼마나 될 지 알 수도 없다고 했다. 현재도 251곳의 상장사가 감사 공백 상태다. 섀도보팅 일몰 첫해인 2018년 주총에서 전체의 3.9%인 76개사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서다.

감사선임이 불발된 회사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상법상 과태료 500만원 이하의 처벌이 불가피하다.

평생 감사직이 나올 우려도 있다. 감사교체를 못하게 되면 현재 감사가 다음 정기주총까지 감사를 이어가야 한다. 부족함이 보이면 고쳐쓰면 된다. 상장사들은 직접 국회를 찾아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회가 반복해 3% 룰 폐지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꺼내드는 이유가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같다. 3% 의결권 제한 제도를 폐지하고, 주주총회 결의방법에 있어 보통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특별결의는 3분의 2 이상으로 이뤄지게 했다. 문제는 이런 법안이 벌써 몇 개째 쏟아져 각 상임위서 계류돼 먼지만 집어 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는 "주총시즌만 되면 기업들이 의결권 모으기에 나서느라 본업은 제치게 되고 안 써도 될 억대 영업외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상장사 이익은 곧 국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근간인데 낡은 제도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모두 훼손시킬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도전해서 성취한 상장사들인데 대내외 악재로 한계에 달한 기업이 너무 많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고군분투하는 산업을 제대로 도와줘야 한다. 상법의 유지를 지배주주 투명성이냐 기업 옥죄기냐 하며 논쟁할 시기는 지났다. 3% 룰 폐지 여부를 이와 결부시키는 것 역시 몰이해의 산물이다. 부작용은 지금도 법과 제도의 틀에서 관리되고 있는 만큼 부족함이 있는 부분만 보수하면 된다.

1962년 상법의 틀을 주도하던 관료도 이미 세상에 없다. 그런데도 그 틀이 초기 그대로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 환경이 전부 뒤바뀌었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틀을 바꿔야할 시점이다.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hj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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