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이번주 발표 예정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상한제를 피해 선분양에 나서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현재 분양가 심사 기준이 불합리해 울며 겨자먹기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사업을 강행해야될 처지에 놓여서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10∼11월께 약 5000가구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는 상한제 적용을 피할 가능성이 크지만 선분양을 할 경우 조합원 수익이 9000억∼1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4일 바뀐 HUG의 새 분양가 기준을 적용하면 3.3㎡당 평균 분양가가 2600만원대에 책정될 예정인데, 둔촌주공 조합이 2016년 관리처분 당시 산정한 평균 분양가 3.3㎡당 2748만원보다 148만원 적은 금액이다. 조합원이 희망한 분양가인 3.3㎡당 350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800만∼900만원 분양가가 낮아져 최대 1조원의 수익이 감소한다.
그렇다고 현재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는 없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2500만원으로 희망 분양가보다 1000만원이나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둔촌주공과 도로 하나를 두고 붙어 있는 올림픽선수기자촌 시세가 3.3㎡당 4300만∼45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반값 아파트' 수준이다.
재건축 단지만 울상인 것은 아니다.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아파트도 지난달 강화된 분양가 심사 기준으로 조합원이 희망하는 분양가보다 3.3㎡당 1000만원이 낮아진 2200만원에 분양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합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4800가구 공급이 물거품된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 폭은 2주 연속 둔화됐다. 특히 상한제의 정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은마 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신반포3차·경남 등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현재 3000만∼1억원 하락한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상한제 시행에 따라 '반값 아파트' 공급이 현실화한다면 서울 전역의 재건축·재개발 공급 중단으로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상한제를 피하더라도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이 불합리해 선뜻 분양에 나서기 어려워서다. 사진은 철거 전 둔촌주공재건축 전경.<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