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혁신 시스템 재설계하자"

日,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과학·산업계 새 전략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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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과학기술·산업계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핵심·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새로운 국가 과학기술·산업기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범 국가적으로 창의·도전적 연구를 확대하는 국가 R&D(연구개발) 혁신 시스템도 재설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기회에 국가 R&D 구조를 '기초·원천 R&D 확대'와 '공공 R&D 목적성 강화' 등의 방향으로 개선해 제조업 기반의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하 부원장은 "현재와 같은 단기 성과 위주의 R&D에서 벗어나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의 도전·모험적 연구를 수행하는 '창의·선도형 R&D 시스템 구축'과 산업혁신 및 기업성장을 돕는 '현장지향형 국가 R&D혁신 시스템'으로 고도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모험적 연구를 수행하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그랜드 챌린저 프로그램과 같은 '한국형 DARPA'라 할 수 있는 혁신적 R&D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으로 기업투자의 불확실성과 투자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는 곧 국내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신산업 분야에 대한 불확실성과 투자 위험을 완화하면서 새로운 무역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기업투자 여건 조성 및 투자유인 제공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미래 신기술·신산업 발굴 및 육성전략을 재검토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인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국방과학연구소장)도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으로 내년도 정부의 R&D 포트폴리오와 중장기 R&D 투자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재·부품·장비 등에 대한 R&D 투자 확대로 안보 리스크를 줄이면서 이원화된 국가 R&D와 국방 R&D의 협업을 강화해 한일 기술패권을 둘러싼 기술 주도권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적 차원의 소재기술 혁신체제 정비와 컨트롤타워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도근 재료연 연구기획조정부장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보다 백색국가 배제에 따른 수출 규제 조치가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국내 주력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김 부장은 "현 위기를 소재강국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20여 개 공공연구기관에 분산돼 있는 소재 R&D 체계를 정비하고, 이들 연구기관 간 융합협력 연구와 유사중복 투자를 막기 위한 소재 분야 컨트롤타워 구축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 독일 등은 정부 산하에 소재전문연구기관을 설치해 원천 기술개발과 산업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16년 물질재료연구기구(NIMS) 위상 격상과 연구자원 집중화를 통해 첨단 소재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1800명의 연구자가 소속된 중국과학원 금속연구소(IMR)를 가동하고 있다. 그는 "소재개발에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지만, 우리나라 소재분야 연구과제의 평균 기간은 2.9년으로, 너무 단기 성과에 치중돼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보복과 같은 국가 현안 및 이슈 해결을 위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론도 부각됐다. 전정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전략부장은 "백색국가 제외는 글로벌 공급체인이 정치·외교적 이슈로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고 긴 안목을 갖고 출연연이 중장기적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역할을 집중할 수 있는 R&D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출연연별 역할&책임(R&R)이 아닌 미래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R&R을 토대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면서 전략적 산업 분야에선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소통 및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연연이 과학기술 싱크 탱크로 원천기술 경쟁력 강화와 인력양성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성원 ETRI ICT창의연구소장은 "출연연의 우수한 연구인력과 보유기술, 인프라를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원천소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패권 시대에 출연연이 혁신의 주체로 전면에 나서 국가적 연구를 장기적·안정적으로 하도록 국가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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