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서 매수 주가방어 버팀목
주식 보유비중 연말 목표치 근접
저가매수 기회 공격대응 어려워
주식 보유비중 연말 목표치 근접
저가매수 기회 공격대응 어려워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일본의 2차 경제 보복과 미중 무역전쟁 재개 우려로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면서 연기금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기 때 등판해 증시 추가 하락을 막아내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그러나 연기금의 국내 주식 보유비중이 이미 연말 목표치에 근접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주가하락 국면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는 공격적인 대응 전략은 어려워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개장 직후부터 크게 흔들렸던 지난 2일 외국인은 하루 총 3287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날 145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내다팔았고 개인들도 순매도(489억원)를 이어갔다.
악재에 악재가 겹친 코스피는 이날 2000선을 지키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9.21포인트(0.95%) 빠진 1998.1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20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 1월3일(1993.70) 이래 처음이다.
장중 1980선까지 추락했던 증시 급락에 소방수로 등판한 건 연기금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4654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지난 7월 한 달 간 2316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시장 급락시 매수에 나서 추가 하락을 막아내는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락장세에서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시장 수급의 안전판 역할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단기 급락장을 저점 매수 기회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 방어 차원이라기보다는 저점매수 기회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며 "코스피가 1950선이 저점대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가격대에서는 꾸준한 매입을 통해 목표비중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기금의 연말 국내 주식 목표비중을 고려하면 지금의 주가하락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는 적극적인 대응은 어려워 보인다. 이미 국내 주식 목표비중이 목에 찬데다 여유자금 배분금 역시 부족한 연기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5월 말 현재 16.4%(112조7000억원)다. 지난 6~7월 연기금이 2조6764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점을 감안하면 허용된 국내 주식 투자범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당수 연기금이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나선 점이 주목된다. 실제 국민연금의 경우 올 연말 목표한 국내 주식 비중(18%)을 내년에는 17.3%까지 줄여나갈 계획이다. 5년 내에는 15% 수준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사학연금 역시 22.4%인 국내 주식 비중을 2024년 17.5% 수준까지 줄일 계획이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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