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의원들이 과거사 해결을 위해 '기업 공동 펀드 조성'을 위한 법안을 양국에서 동시에 추진한다.
만약 성공할 경우, 이번 양국 갈등의 단초가 된 일본 제국주의시대 기업의 착취 배상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양국 의원들의 의미있는 실험이 과연 성공할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4일 "(지난달 말) 스페인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회의에서 한일 의원들이 양국 갈등 해법에 대한 '동일법안, 동시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한일 양국이 추진키로 한) 법안의 기본 골자는 징용노동자 문제에 대해 일본의 관련 기업들이 사과하는 것을 전제로 한일 양국 정부와 한일 연관 기업들이 공동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이번 제안은 일본의 8선 중의원인 나카가와 마사하루 의원이 했다. 일본측에서 먼저 제안된 것이지만, 이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다.
하 의원은 "이번 회의에는 일본의 여당 의원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나카가와 의원 등 야당 의원 3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일본 참석의원은 무소속 나카가와 마사하루 중의원·국민민주당 와타나베 슈 중의원·입헌민주당 고니시 히로유키 참의원 등이다. 나카가와 중의원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열린 한미일 의원회의에 참석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의원들은 한국에서, 일본 의원들은 일본에서 (법안 추진에 대해) 일차적으로 의견을 수렴해보기로 했다"며 "우리 의원실에서는 법안 초안 작성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아이디어가 양국에서 실제 법으로 제정돼 구현되기에는 입법화 과정의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하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동일법안을 동시에 발의하더라도 양국 의회에서 그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시도가 공동해법을 만드는 노력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말 북한 인권에 관한 국제의원연맹(IPCNKR)이 스페인에서 주최한 국제회의에 더불어민주당 백재현·자유한국당 홍일표·강효상 의원과 함께 참석했다.
하 의원은 "일단 우리 의원실에서 초안을 만들고 일어로 번역해 일본 의원들 측에 보내려 한다"며 "일본에서는 의원 11명의 동의만 받으면 중의원에서 발의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 의원은 "일본 국내 여론이 어떨지 봐야 한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법안 추진에 동의는 했지만 발의하겠다고 확답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스페인서 일본 의원들과 만난 여야 의원단
(서울=연합뉴스) 북한인권에 관한 국제의원연맹(IPCNKR)이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한 여야 의원들이 29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일본 측 의원들과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한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테이블 왼쪽부터 한국당 강효상 의원, 민주당 백재현 의원, 한국당 홍일표 의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2019.07.29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