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진정한 克日의 길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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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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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진정한 克日의 길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으로 한 아베 일본총리의 무역전쟁 도발은 한국을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절정을 이룰 것 같다. 일본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이것이 우리 대법원에 의한 일본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의 표현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아베의 유치한 무역 및 경제전쟁 도발의 부당함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우리의 대응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우선 청와대의 초기 대응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12척 남은 배를 언급하여 항일투쟁을 강조한 대통령과 죽창가를 시작으로 한 조국 전 민정수석의 43회에 걸친 페이스북 항일 촉구 논란, 여당 원내대표의 신(新)친일 비난 등 집권세력에 의한 일련의 항일 또는 반일운동 선동과 친일파 비난 발언은 철없는 20대 운동권 학생들이라면 몰라도 도저히 대통령과 민정수석, 그리고 여당 원내대표가 할 수 있는 발언이라 할 수 없다. 한일관계를 국익에 부합하게 관리할 최종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의 감성을 자극해 반일과 항일운동을 부추기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부를 비판하거나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과 생각이 다르다고 친일파와 적폐세력으로 몰아버리면 이 나라가 진정 자유민주주의가 맞나? 오죽했으면 조국 수석의 서울대 로스쿨의 동료 교수들마저 재판에서 소수의견을 내면 친일파냐고 비판할 정도다.

우리는 우치다 다쓰루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나 가와모토 요시야키 '노모어 왜란 실행위원회' 대표, 그리고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등 지한파 일본인들의 양심적 발언은 옳다고 믿는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일본 지식인의 발언은 양심적이라면서 일본 입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한국 지식인의 발언은 매국적이고 이적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이 정녕 균형 잡힌 평가인가?

이번 사태에서 우리 국민의 반일감정 표현도 도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보이콧 재팬'이라는 일본 제품이나 여행상품의 불매운동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타고 다니던 일본 자동차를 때려 부수고 일본 차에는 기름도 넣어주지 않으며, 민주노총 소속 택배노조가 유니클로 등 일본기업의 상품배송을 거부하는 것에 이르면 마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반한운동이 대상과 장소만 바꿔 반복되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 중국인들은 어제까지 품질 좋다고 잘 쓰던 한국산 제품을 거부하고 불에 태우는가 하면, 멀쩡한 현대차를 때려 부수기까지 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성주골프장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결국 롯데는 중국 전역에 100여 개가 넘는 점포를 모두 정리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는 중국인들의 폭력적 반한감정 표출에 분노했었다. 일본인들이 우리의 폭력적 반일감정 표출에 분노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혐한감정은 더욱 심하게 타오를 것이 뻔하고, 그것이 아베가 노리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 아니라 더욱 체계적이고 복합적이며 이성적이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한일 청구권 협정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우리가 한일 청구권 협정을 파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한일 간 이견이 있다면 협정에 규정된 바와 같이 외교적 대화와 협상을 시도하고, 그래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3국의 중재를 함께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은 정부를 믿고 아쉬움이 있더라도 협상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벌어 아베의 도발로 인한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간 비대칭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일(克日)을 위한 목표와 비전, 그리고 구체적 방법이 포함된 마스터플랜을 차분히 준비하고 실천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우리 스스로 분열되어 약해지지 않도록 국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한 힘과 통합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소리만 지르는 항일과 반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힘도 없이 소리만 지른다고 극일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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