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내리자 통화정책 기로
日보복 악재 등 금리인하 무게
日보복 악재 등 금리인하 무게
연합뉴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금융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쏠리고 있다. 수출·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 부진 속에 대외 악재도 산적해 한은이 경기부양에 나설지, 제롬 파월 의장이 예상보다 완화적인 발언을 내놓은 만큼 연내 인하시기를 조정할지 전망이 갈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 회의를 열고,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기존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이날 파월 의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해)명확히 보험적 측면"이라며 장기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예고대로 금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조만간 금리를 또 내릴 것이라는 신호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완화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만 금리를 더 내리면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기 때문이다. 한은(1.75%→1.50%)과 연준(2.25∼2.50%→2.00∼2.25%)이 금리를 한 차례씩 내리면서 현재 역전폭은 0.50∼0.75%포인트다. 한은만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역전폭 상단이 1.00%포인트에 달한다.
반면 일각에선 올 4분기 중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한은의 금리 결정이 파월 의장의 발언보다 오는 2일 일본이 예정대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배제하는 수출 규제 현실화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수출 지표는 8개월째 내리막을 걸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통관 기준)은 461억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1.0%줄었다. 수출액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건 두 달 연속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째 0%대다.
게다가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하루 뒤인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킬지 여부를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일본이 대량살상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 수출의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국가를 뜻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섰을 때 최소 3차례 금리를 낮춰왔던 사례들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 여건이 악화할 경우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제 상황이 많이 악화하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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