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가장 보수적 對北정책… 文정부, 안보·韓美동맹 간과해 문제" [박지원 국회의원에게 고견을 듣는다]

북한 미사일·러시아 영공침범·일본 망발… 지금처럼 안보 위협받는 때 없어
실수하거나 대처 못 했다면 국민 설득하고 안심시켜줘야 하는 데, 그걸 못해
文대통령, 장관들과 소통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청와대 보고라인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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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가장 보수적 對北정책… 文정부, 안보·韓美동맹 간과해 문제" [박지원 국회의원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지원 국회의원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지원 국회의원




300명 국회의원 중에 일가 친척 친구나 알지 국민이 모르는 이들이 전판이다. 그 300명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몇 사람이 떠오르는데 거기에 빠지지 않는 이가 박지원 의원이다. 논쟁적이고 문제적이지만 존재감이 또렷한 의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현역인 그에겐 호불호와 찬반이 엇갈린다. 그렇지만 군소정당 의원이면서도 호남의 큰 거간(居間 )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들부들한 성격에 유머스러한 말솜씨는 어떤 자리에서든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메신저였다. 지금의 남북관계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플랫폼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최근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코너에 몰린 대북유화정책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그는 역시 유화정책을 지지하면서도 한·미·일 공고한 안보체제를 강조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햇볕정책은 가장 보수적인 대북정책입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매도 당하고 있어요. 당시 우리의 스탠스는 항상 미국 일본과 궤를 같이 했어요. 중·러와도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했고요. 반면 지금 문재인 정부는 튼튼한 안보와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를 간과하고 있어요.(중략) 안보 면에서 실수하거나 단호한 대처를 못 한다면 그에 대해 국민들에게 마땅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국민을 설득하고 안심시켜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거에요."

박 의원은 지금이라도 자신을 시켜만 주면 잘 할 수 있다고 진반농반 '허장성세'를 과시했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장관들과 독대를 잘 않고 각계 계층의 여론 듣는 것을 등한히 하는 것 같다며 "DJ는 틈만 나면 사회 원로나 지도층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말씀을 들었고, 또 그 사람들이 대개 직언을 하면 꼼꼼히 챙겼어요"라고 했다. 한일갈등에 대해서도 지일(知日) 인사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무턱댄 강경일변도의 대응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선거제 개혁은 지역 대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 예산 동결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원 증원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여야4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를 못하면 '표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박 의원은 뜻밖에도 교육,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과학과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회의원 중 변호사는 많은데 과학자는 없어요. 국립대학은 기초과학과 인문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사립대학은 현실적 학문을 전문으로 하는 방안도 있다고 봐요. 기초과학교육이 너무 열악해요.(중략) 작년에 평양에 갔더니 영재교육이 무섭게 이뤄지고 있더라고요.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을 해야지 똑 같이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양성해서는 되겠어요?"

'영원한 DJ 비서실장'으로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박 의원은 "요즘 문 정부의 '북·경·노·적·사'(남북관계,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 친노조정책, 적폐청산, 사법개혁)에 대해 나름의 평가와 향방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집권 2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북한이 5월 초에 이어 또 미사일 발사를 한 날 아침에 의원회관에서 가졌다.



-새벽에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위중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 김정은 위원장이 SLBM이 가능한 잠수함을 공개했잖아요. 하나면 모르겠는데, 3개라면 실전배치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어요. 러시아가 독도영공을 침범하고요. 우리 공군은 잘 대처를 했어요. 하지만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일개 러시아 국방무관의 얘기를 듣고 잘못 발표하는 바람에 국민신뢰를 떨어뜨린 건 아쉽습니다. 국방부의 대처는 괜찮았다고 봐요. 얄미운 것은 일본이에요. 왜 우리 영공에 들어왔느냐, 왜 우리 영공에서 발사를 했느냐고 하는데 그건 망발이지요. 그건 무시해도 돼요. 지금처럼 우리 안보가 위협받는 때는 없었을 겁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방북의 막후 교섭을 하고 6·15 남북공동선을 이끄는데 핵심 역할을 한 점에서 보면 지금 지지부진한 미북 핵협상이 답답해 보일 것 같습니다.

"북한의 협상 맨 파워가 그렇게 충분하지 않아요.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리용호 외상이 참석 안 한다는 거 아닙니까? 여기서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판문점 회동 이후 실무 협상이 본격 시작되리라 봤는데 참 아쉽습니다. 아무튼 이번 미사일, SLBM, 식량원조 거부, ARF 불참 등 네 가지 액션을 취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것 같아요. 실무회담 전에 더 좋은 카드를 들고 나오라는 것과 8월 예정된 한미군사훈련을 하지 마라는 메시지겠죠."

-판문점 회동 이후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 최근 형세는 그때와 확실히 달라진 거 같아요.

"저는 북한도 평화로 가겠다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고 봐요. 마치 평창올림픽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해서 성사됐던 한미군사훈련 축소나 연기로 북한이 참여함으로써 평화올림픽이 된 것처럼, 미국도 비슷한 제스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최근 일련의 안보 위중 사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안 열거나 참석을 안 했는데요.

"청와대의 보고라인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요. 저는 대통령이 장관들과 소통이 안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만약 국방부장관과 직접 소통하고 확인을 했다고 하면 이런 실수가 안 나오지요. 문 대통령이 대북 유화정책을 쓰기 때문에 더 안보를 챙겨야 합니다. 러시아의 영공 침범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부인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적시하고 대외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동일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이란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줘야 합니다. NSC도 북한에 쌀 5만 톤 보낼 때는 열고 이런 중차대한 때는 안 열고, 그러니까 국민들이 불안한 거예요. 불안을 제거해주는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대통령에게 고언과 직언을 해줄 사람들이 주변에 없는 건가요.

"솔직히 말해서 내각 장관들과 대면보고를 않고 독대가 없대요. 2주 만에 한 번씩 국무회의 때 잠깐 보고 부처보고 때만 대면한다면 이것은 문제예요. 대통령은 바쁜 직업이에요. 과거 DJ 대통령은 공식적 행사가 없으면 원로들이나 사회적 지도층 인사들을 초청해 둘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자주 나눴어요. 그 때 자주 만났던 분들이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 KBS 박권상 사장 등이었어요. 저도 대통령 일정이 비었을 때 대통령께 사회 원로나 지도층 인사들을 초청해 말씀을 들어보시라고 했어요. 그러면 그 분들이 나서서 엄청나게 직언을 해요. 지금은 참 소통이 부족한 거 같아요."

-국정에 대한 견해를 말해도 듣는 이가 무시하면 헛일 아닙니까.

"DJ 때는 '김대중'은 없어요. 가만히 듣는 겁니다. 들으시고는 가타부타 말씀을 안 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그 직언을 국정에 반영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한테 잘못 보여도 살아남아요. 그런데 희한한 게 측근한데 잘못 보이면 살아남지 못하는 겁니다. 측근의 권한이 막강한 거에요. 문 대통령이 '야당 복'은 있어요. 한국당 잘 못하잖아요. 그런데 '참모 복'은 없는 것 같아요. 재벌은 핏줄이 원수요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입니다."

-측근 관리가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대통령의 초심은 훌륭해요. 그런데 청와대 들어가면 대통령이 누구든지 만날 수도 전화할 수도 없잖아요. 그때부터 변질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되면 나는 소주 먹는 대통령 되겠다 했는데, 측근에 둘러싸이고 경호라는 문제 때문에 그런 약속을 제대로 못 지키고 있어요. 그러기 때문에 DJ는 신문, 방송, 인터넷을 열심히 보고 각료, 수석, 원로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토론했던 겁니다."

-남북관계로 다시 돌아가죠. DJ 때는 유화적 완화적 대북정책을 펴도 지금처럼 대한민국 정부를 업신여기지는 않았거든요. 그게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거죠.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에게 온갖 우호적 자세를 보이는데도 저쪽에서는 '오지랖 넓다'는 등 수모를 주고 있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안 썼더라면 북한이 얼마나 핵을 더 개발했고 얼마나 호전적이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변화는 천천히 가면서도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햇볕정책은 가장 보수적인 대북정책이라고 봐요. 그런데 상당수 국민들, 보수 지식인들은 가장 진보적(친북적)이라고 매도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 번 보세요. 당시 스탠스는 항상 미국·일본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요. 햇볕정책은 철저한 안보,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와 중국·러시아의 협력 속에서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어요.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통일로 갈 것이라는 정책이거든요. 햇볕정책은 통일정책이라기보다는 한반도 평화정책입니다. 반면 지금 문재인 정부는 튼튼한 안보와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고 봐요. 저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지난 2년 동안 모든 언론매체에서 제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러신가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게, 너무 앞서간단 말이에요. 백 가지 남북관계 약속을 해도 북미관계가 틀어지면 할 수 없는 거예요. 철도연결도 유엔(UN)사에서 반대하면 안 되는 거에요. 국민들은 우리땅인데 왜 유엔사에서 반대하느냐고 하지만, DMZ는 헌법상 우리땅이지만 실효적 지배는 유엔사가 하고 있는 거거든요. 즉 미국이 하고 있는 겁니다. 개성연락사무소도 미국이 반대하니까 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제가 작년에 북한에 다섯 번 다녀왔는데, 개성연락사무소 북측 소장인 전동수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우리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한 달에 한번씩 보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일 없습니다' 해요. 미국이 반대하는데 갈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러는 거예요. 개소식 때 한 번 오고 그 후 안 오지 않았습니까. 이렇듯 남북간 백 가지 합의를 해도 미국이 반대를 하면 안 되는 거에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을 안 한데 대한 미국의 제재 유지 아니겠습니까.

"북한이 남한을 무시하는 것은 미국을 자극하는 성동격서 작전이고 북한이 내부를 결속시키는 작전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 대통령에게 늘 말해왔던 겁니다, 북미관계가 좋을 때는 한 발 뒤에서, 북미관계가 나쁠 때는 한 발 앞서라고.. 때로는 손흥민처럼 패스를 해주고 때로는 황희조처럼 슛을 날리라는 거예요. 저는 저번에 판문점에서 세 정상이 만난 것은 문 대통령이 잘 한 거라고 봐요."

-판문점 3자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주체적 역할을 한 건 아니잖아요?

"결정적 역할을 한 거예요. 그런데 우리 정부 청와대 비서실에서 일종의 홍보부족이라고 할까 국민 설득을 잘못 하고 있는 거에요. 굉장히 소극적이에요. 우리는 한미공조가 안 되고 있다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여주고 다 상의를 했다는 거 아니에요?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한·중 공조가 안 되고 있다고 하는데, 시진핑이 다 우리에게 알려주고 상의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드라이하게 발표할 게 아니라 백브리핑을 통해 '한미 공조 하고 있습니다, 한중 공조도 되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며 전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국민이 염려하지 않을 정도의 백브리핑이 필요한 겁니다. 그리고 원로나 언론을 자주 만나서 대통령이 소통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 하잖아요."

-어쨌든 문 대통령 취임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험악했던 한반도 상황이 완화된 건 사실입니다.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김대중 노무현 시대 이뤄놨던 남북관계를 이명박 박근혜가 파투 놓은 거 아닙니까. 한반도 평화를 가져온 것은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안보 면에서 실수하거나 단호한 대처를 못한다면 그에 대해 국민들에게 마땅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국민을 설득하고 안심시켜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거에요. 주변이나 참모들이 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가야 돼요. 하하하"

-그래서 의원님을 유일한 생존 '정치9단'이라고 하는 건가요?

"그 세 분(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3金) 9단들은 모두 거(去)하셨고 생9단은 저 혼자뿐이지만(또 폭소가 터졌다) 그러면 뭐합니까. 저는 이렇게 쪼그라져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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