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스마트폰-이차전지 등 생산차질 우려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가 내려진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추가 수출규제 품목으로 실리콘 웨이퍼, 이미지 센서, 메탈마스크, 분리막 등 4개 소재·부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분석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OLED 패널, 이차전지 등 주력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은 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글로벌 산업패권 전쟁과 한국의 기술주도권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 추가 소재부품으로 반도체의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스마트폰과 노트북 PC 등의 카메라에 주로 스이는 '이미지센서',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의 핵심인 '메탈마스크', 이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등 4개 품목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의 신예츠, 섬코의 점유율이 각각 27%, 26%에 달해 절반을 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실트론의 점유율이 9%에 그쳐 독일 실트로닉스와 국내 SK실트론의 생산량을 늘려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지 센서는 일본 소니의 점유율이 51%인 반면 삼성전자(17.8%), SK하이닉스(2.7%)는 미미해 추가 규제품목으로 정해지면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메탈마스크 역시 일본의 디엔피(DNP)에 전량 의존하고 있어 수출 규제에 묶여 주기적으로 교체하지 못할 경우 OLED 패널 생산이 어렵다.
또한 분리막은 일본 아사히카세이를 포함한 5개 업체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고, SK이노베이션은 9%에 불과해 이차전지 생산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은 국제경제 환경변화와 중국의 희토류 대일 수출금지 사례 등에 비춰 단계별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미국 주요 기업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과 정부의 소싱 다변화 지원을 단기적으로 추진해 볼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고난이도 소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 R&D 확대와 소재·공정·장비 등 공급사슬을 포괄하는 통합적 관점의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독자생산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연연과 산업계가 협업해 현재 수출 규제품목이 된 소재의 정교한 물성조절 개발을 통해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소재는 선제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회에 국가 R&D 사업 구조와 국가혁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한국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주도권 확보방안'에 대한 발표를 통해 "단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고, 안보관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핵심소재, 장비, 부품 등의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방식의 연구개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경쟁형 R&D사업' 추진과 핵심 소재·공정·장비 등 공급사슬 단위의 기술자립 R&D 지원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부원장은 특히 "지금의 위기는 시작일 뿐, 앞으로 창의적·도전적 연구를 지원하는 R&D시스템 구축과 산업 현장과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국가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신욱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기획조정본부장은 "중기부의 민관공동기술개발 사업을 부품·소재 국산화에 특화해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개발한 부품·소재를 대기업과 협력해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구축과 해외 판로지원 등으로 국산화 기술개발 역량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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