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완 중앙대 명예교수·디지털타임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장
![[기고]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기획은 시대적 소명](http://contents.dt.co.kr/images/201908/2019080102102369660001[1].jpg "[기고]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기획은 시대적 소명")
특히 골목상권, 전통시장, 동네상권 등 이른바 지역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풀뿌리 상권의 깊은 침체는 연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비명과 한숨을 쏟아내게 하고 있다. 2017년 소상공,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영업이익이 임금 근로자 월평균 소득보다 10% 정도 낮다는 통계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풀뿌리 상권의 쇠퇴가 단순히 지역경제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공간의 슬럼화, 부동산가격 폭락, 범죄율 급증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연쇄적으로 유발시켜 지역공동체를 총체적으로 피폐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중앙언론들은 풀뿌리 상권의 이러한 몰락을 외면하고 있다. 그저 단편적이고 이벤트성 대책만을 제시하고 있다. 아니 제시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 대기업의 거대공장이나 대형상권이 어려워지면 중앙 언론들이 앞장서서 마치 한국경제가 금방 무너질 것처럼 요란을 떨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도 이에 뒤질세라 연일 대책회의를 열어 갖가지 지원책을 쏟아낸다. 그러나 수많은 주민들과 민초들의 일자리와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풀뿌리 상권의 어려움에는 놀라울 만큼 무신경하다.
이제 풀뿌리 상권을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언론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풀뿌리 상권이 그저 일부 계층이 이용하는 격리된 외딴섬이 아니라 지역경제 및 국가경제를 밑에서 떠받치고 있는 기초 경제단위로 인식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으로 통칭 되는 장기불황을 이기고 최근의 경제호황을 누리게 된 이면에는 일본 전역에 포진해 있는 풀뿌리 상권이 의미 있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즉 쇠퇴하고 침체했던 재래시장, 골목상권 등이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의 단합된 노력으로 일정 부분 활성화되면서 20년이라는 긴 불황기 동안에도 지역경제가 기본체력을 유지하고 지역커뮤니티가 최소한의 일자리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한국경제의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한국경제를 견인해 왔던 대기업 및 수출부문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기에 내수경제를 지탱하는 단위경제인 풀뿌리 상권을 활성화시켜 대내외적 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최소한의 지역경제 활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의 소통채널이 잘 구축돼 있는 중앙부처를 컨트롤 타워로 하여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풀뿌리 상권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지자체는 민·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의 눈높이에 맞는 창의적인 정책수단을 개발하고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풀뿌리 상권 살리기 운동을 적극 전개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기본을 중시해야 한다. 위기의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 근본이 되는 풀뿌리 상권의 부활에 좀 더 높은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사막같이 피폐한 지역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목마름에 스러져 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풀뿌리 상권이 지역경제의 오아시스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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