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換亂보다 무서운 `고용후퇴 성장`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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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수 칼럼] 換亂보다 무서운 `고용후퇴 성장`
예진수 선임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조'에는 인공지능 개발자를 사랑하는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조는 개발자에게 묻는다. "이 사랑도 설계된 건가요?"

모라벡의 역설은 '기계가 하기 쉬운 것은 인간에게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기계에게 쉽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말을 한 한스 모라벡은 로봇 공학자다. 그는 로봇의 미래를 촘촘하게 전달하는 책 '마음의 아이들'(김영사)에서 "2040년까지 사람처럼 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기계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올 들어 열린 주요 글로벌 전자박람회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읽는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교한 인간의 일까지 로봇이 대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업무 자동화를 촉진해 단순 노무직 22만명의 일자리를 없앤다는 섬뜩한 전망이 나왔다. 파이터치연구원은 2011∼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자료를 인용해 단순 노무 종사자의 주당 근로시간이 1% 단축될 때 자동화가 1.1% 촉진된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인건비 급등과 낮은 생산성 탓에 이제 한국에서는 자동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지 않고서는 제조업을 하기 어렵다. 국제로봇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로봇밀집도면에서 세계 1위다. 공정 자동화가 가속화하면서 2017년 기준으로 제조업 직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710대씩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중견기업 대표는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되면 원가 경쟁력의 주요 요소인 생산수율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전체 공정의 30%를 자동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근로자 수 백 명을 감축해야 할 형편이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내년부터 해외 바이어 납기를 맞출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애초 국내에 세우려던 공장을 인도네시아에서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제조업 육성 대책이 발표된다 해도 기업들의 해외 이전으로 '정책 대상'은 급감한 채 '정책'만 남고, 경제는 성장하는 데도 고용은 줄어드는 '고용 후퇴 성장' 시대가 왔다.

연구개발 현장 곳곳에서도 52시간 근무제 탓에 연속성이 떨어져 일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한 정부 연구기관 관계자는 "밤 늦게까지 매달려야 해답이 나올 수 있는 연구과제가 널려 있다"며 "이 때문에 연구원들이 퇴근 후 집에서 일하고 싶어도 실험 도구가 없어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고 털어놨다.

어디를 가나 '기승전일(일본수출규제)'이다. 산업계에 부품·소재 개발 특명이 떨어졌다. 차세대 제조업 패권을 놓고 글로벌 기업 간 건곤일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 싸움으로 흐르는 차세대 기술경쟁 양상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국산화에만 '올 인'해서는 안 된다. 일단 연구에 불이 붙으면 유럽·미국이든, 일본이든 국내외에서 값싸고 효율이 높은 부품과 소재를 손쉽고 빠르게 들여올 수 있어야 한다.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이르면 8월 2일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대로라면 우리나라는 8월 하순 백색국가에서 제외된다. 일본이 추가 보복을 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주요 업종 대부분이 대상이다. 과연 일본산 부품·소재를 전면 대체할 수 있을까? 한 기계업종 전문가는 "일본은 수백만번의 실험과 특유의 '손끝 테크(손기술)'로 이론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남들이 대체하기 힘든 소재를 개발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수조원의 예산 투입만으로 단기간에 국제 경쟁력이 있는 부품·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산이다.

이미 수 많은 소재 분야 중견 기업들이 대거 해외에 빠져 나갔고, 국내에 있는 기업들은 축소지향 위주의 경영으로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외환위기보다 무서운 '고용후퇴 성장' 문제를 해결할 묘안이 절박하다. 부품 극일(克日)을 위해서는 당장 탄력근로제부터 확대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로 연구개발 현장이 압박 받는 현실, 철옹성 같은 칸막이 규제, 잦은 정책 번복의 피로도 등을 고려하면 과거 몇 차례 위기 때처럼 이번에도 국가적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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