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지표들이 속절없이 우수수 추락하고 있다.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또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고 소상공인들의 경기 체감도도 메마르고 있다.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역시 사그라지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7월 전 산업 업황 BSI는 73으로 전월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 한 달 뒤 경기를 내다본 8월 전망은 7월 전망치보다 4포인트 내린 71로 올 1월 이후 최저 전망치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 업황BSI는 73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BSI는 올해 1월(67) 저점을 찍은 뒤 5월(76)까지 상승했지만 6월부터 다시 하락세다. 8월 제조업 업황전망BSI도 4포인트나 내려 71을 기록했다. 기업들은 설비투자 감소로 기타기계·장비분야의 경기 악화가 예상되고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제조업 업황BSI도 72로 지난 6월 74에서 한 달 만에 2포인트 떨어졌다. 8월 전망은 7월 전망에 비해 3포인트나 떨어진 71로 나타났다. 이달 지수는 건설업에서 신규수주 감소와 계절적 비수기 진입으로 2포인트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기업 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경기체감지수도 지난 3월 이후 끝도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시장경기동향조사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소상공인의 경기전반 체감지수는 73.3에서 4월 69.8, 5월 69.7, 6월 65.6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 달 뒤를 내다본 전망도 지난 3월 96에서 5월 87로 낮아졌고 이달 80.7까지 뚝 떨어졌다.
우리 경제의 기반이 곳곳에서 무너지면서 올 2분기 성장률은 속이 빈 반등을 기록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인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1% 성장했다. 하지만 민간기여도가 1분기 0.1%포인트에서 2분기 -0.2%포인트 감소했다. 투자를 뜻하는 총고정자본형성 중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5%포인트를 기록했으며 순수출성장기여도 역시 -0.1%포인트로 집계됐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0.6%로 지난해 2분기(-0.6%)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0.5%로 2009년 1분기 2.5% 감소한 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나오는 지표가 바닥을 뚫고 추락을 거듭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하는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CLI)도 최장 기간 하락세를 나타냈다. CLI는 기준치인 100을 넘기면 경기 확장국면, 100 이하면 경기 하강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OECD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의 CLI는 98.70으로 전월대비 0.1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7년 5월(101.66) 이후 24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9월부터 2001년 4월까지 20개월 연속 감소한 기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3월 22개월 하락 후 보합을 보였지만 OECD가 과거 통계치를 조정하면서 올해 5월까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동안 100을 하회해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더딘 소비개선과 소비심리 위축, 제조업 재고 증가 등을 감안하면 내수회복에 대한 눈높이 또한 낮출 필요가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가계와 기업이 소비나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는 하반기에 내수가 수출둔화를 만회할 만큼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