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후 첫 기자회견 열어
시위 사태 심각성에 '최후통첩'
軍 후폭풍 우려 가능성 낮을 듯
시위 사태 심각성에 '최후통첩'
軍 후폭풍 우려 가능성 낮을 듯
사진 = 연합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29일 기자회견을 한 것은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이며, 홍콩 내정과 관련된 일종의 '최후통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번 홍콩 시위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홍콩 도심을 79일 동안 점거한 채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 때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등도 이날 일제히 "국가 주권과 안보를 해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초 시작된 홍콩 시위는 친중파인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사퇴 요구로 이어졌고, 이제 '반중국' 목소리를 갈수록 키우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일부 시위대가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가 중국 국가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전날에도 일부 시위대가 중련판 인근까지 진출해 이를 막는 경찰과 극렬한 충돌을 빚었다.
특히 27일 위안랑 역 일대의 백색테러 규탄 시위와 전날 송환법 반대 시위에선 일부 시위대가 대형 성조기를 흔들고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시위에 나서는 등 노골적인 친미 성향을 드러냈다. 이는 미국이 홍콩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달라는 뜻으로 읽히지만, 이를 내정 간섭으로 여기는 중국 정부가 이러한 '반중 친미' 표출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국가 주권과 안보를 해치는 행위 △중앙정부의 권력과 홍콩 기본법에 도전하는 행위 △홍콩을 이용해 본토로 침투하는 행위를 꼽았다. 홍콩 시위에 대해 문제 제기와 비판을 계속하는 미국 국무부와 의회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검은 손을 거두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이날 기자회견에선 중국 정부가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까지 부인하지 않았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양광(楊光) 대변인은 회견에서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과 주군법에 명확한 규정이 있다. 설명은 하지 않을 테니 직접 찾아보라"고 말했다. 주군법 제3항 제14조는 "홍콩행정특별구 정부는 필요 시 사회치안 유지와 재해 구조를 위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의 협조를 중앙인민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중국이 홍콩에 군대를 투입할 경우 예상되는 엄청난 후폭풍을 고려하면 실제 투입 가능성은 아직 작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홍콩에 미국 등 서방 기업과 외국인이 많아 국제적 반발이 우려되며, 그렇게 되면 중국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이런 상황에서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과 관영 매체 등은 홍콩 정부와 경찰의 강경한 시위 대응을 일제히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위대와 대화를 거부한 채 강경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홍콩 시민의 분노를 불러 시위가 더욱 과격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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